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최경규)는 4일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인 칠곡보 공사와 관련해부산지방국토관리청 소속 공무원 L(50·6급)씨, 칠곡보 원청업체 대우건설 전 현장소장 J(55·상무)씨, 하도급업체 S사 대표 B(55)씨, S사 관리부장 A(50)씨 등 11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배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대우건설 전 현장소장 C(47)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뇌물 금액이 적은 공무원 2명은 관련 기관에 비리 사실을 통보했다.
구속된 공무원들은 낙동강 사업 현장에 설치한 감독관실에서 칠곡보 공사업체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1차례에 현금 100만원∼300만원을 받거나 수시로 출장비, 회식비 등 명목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조사 결과, 대우건설과 S사는 공사에 투입된 장비·유류·용역 등 공급 물량을 부풀려 협력·하청 업체에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부가가치세 등 세금 15∼20%를 공제한 나머지 차액을 차명계좌 등으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또 낙동강 수질오염 연구용역 수주와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억5천만원 상당의 연구비를 빼돌린 대구경북연구원 팀장, 교수 등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횡령 등 혐의로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 N(45)씨, 모 대학 교수 S(52)씨, 물 관련 전문회사 대표 C(37)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대구경북연구원의 녹색환경팀장인 N씨는 연구용역 수행을 총괄하면서 연구용역 수주를 알선하는 대가 등으로 연구비 3억5천만원을 가로채고, 또한 전문 지식이 없는 친·인척이나 후배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해 연구비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연구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가로챈 연구비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번 수사 결과 일부 오염원 조사연구 과제의 경우 기초 조사인 수질 분석이나 수생태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자료도 확인하지 않고 연구 보고서에 끼워 넣는 등 부실한 연구를 해 낙동강 수질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듯 거대한 규모의 이권이 걸린 사업에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사태에는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들이 관련 직무를 소홀히 하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공정위는 대형 건설사들이 2009년 9월 4대강 턴키공사 입찰을 앞두고 담합해 15개 공사구간을 나눠가졌다고 보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1조원 이상의 공사비를 부풀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15개 공구의 총 낙찰금액은 4조1,000억원으로 예정가의 93.4% 수준인데, 일반적인 경쟁입찰 낙찰가가 예정가의 65% 수준인 걸 고려했을 때의 액수다.
국민들의 혈세를 가로 챈 건설사들의 부도덕한 행태도 문제지만 2009년 10월 국정감사 때 제기된 의혹을 2년 8개월이 지난 이제야 조사해 발표하는 공정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감사원도 지난달이 되어서야 비로소 중순 토목·환경 분야 등 전문 감사인력을 투입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한 것도 사후약방문 격이다.
초기부터 타당성 시비가 일었던 4대강 사업이 공사 진행 중에는 환경문제와 부실시공 문제, 수자원공사의 부채 문제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때에는 잠자코 있다가 사후에 감사에 나서는 것으로는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차 지난해 발생한 왜관철교 붕괴사고와 칠곡보 부실공사가 비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리가 칠곡보에만 한정된 것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에서 추가 비리가 드러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