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잠재성장률도 3%대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대세가 됐지만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하락 속도에 더 가속도가 붙었다.
더 심각한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1%대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70~1979년 9.4%에서 1980~1988년 9.1%, 1989~1997년 7.4%, 1998년~2007년 4.7%, 2008~2012년 3.8%로 계속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거시경제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4.7%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6개월 전만 해도 4%대 초반으로 봤었는데 지금은 3.8% 정도로 추정한다"고 소개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잠재성장률이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며 3%대 중후반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가 잠재성장률을 계속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잠재성장률을 2010~2011년 4.0%, 2012~2025년 2.4%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재 잠재성장률 추정치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석하 KDI 경제동향연구팀장은 "인구고령화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최근 대외요인이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주는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4%대 초중반으로 봤는데 지금은 4%대 초반이나 조금 더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KDI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1990~1997년 6%대 중반에서 2001~2007년 4%대 중반, 2011~2012년 4.3% 안팎으로 낮아졌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 압력 없이 자본과 노동력 등 한 나라의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미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잠재성장률이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가 조금만 상승해도 물가상승 압력에 부딛히면서 장기불황의 덫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최대 요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약화이다.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08년 396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2009년 3537만명에서 작년 3543만명에 이어 올해 7월 현재 3564만명로 줄었다.
노동력이 약화돼도 투자가 뒷받침되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어 이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고 건설투자는 -5.0%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실장은 전날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향후 수년간 주요 선진국의 잠재성장률은 3% 중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