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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사기의혹' 구자원 LIG그룹 회장 검찰 출석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계열사인 LIG건설의 부실을 숨기고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법정관리)을 앞둔 상태에서 수백억원대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LIG그룹 구자원(77) 회장이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구 회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두, ’CP 발행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들어가서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이나 분식회계 의혹, 두 아들의 개입 여부 질문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전날 구 회장의 장·차남인 인 구본상(42)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40) LIG건설 부사장을 조사한 데 이어 이날 구 회장을 상대로 LIG건설의 법정관리 계획을 알면서 CP 발행을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구 회장을 상대로 그룹 측이 LIG건설의 부실을 막으려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부당 지원했는지, CP 발행에 계열사를 동원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등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정관리 신청 전인 지난해 2월28일∼3월10일 LIG건설 명의로 242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것이 LIG넥스원, LIG손해보험 등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룹 오너 일가가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

LIG건설은 2010년 향후 상장 조건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KB메자닌펀드로부터 500억원, 넥스젠캐피탈로부터 1247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상장이 실패하면 오너 일가가 지분을 환매수 할 뿐 아니라 이자까지 붙여 상환한다’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구 회장 일가는 투자자들을 위한 신용 보증용으로 LIG넥스원(25%), LIG손해보험(15.98%)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검찰은 이 주식을 법정관리 이전에 되찾기 위해 오너 일가가 사기성 CP 발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검찰에 소환된 구 회장의 장·차남은 19시간 조사받고 이날 새벽 귀가했다.

두 사람은 CP 발행이 회사 실무진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개입·지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