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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전방위 디커플링… 증시·부동산·환율 한국만 역주행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국내 부동산,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모두 최근 글로벌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국 경제가 전방위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부동산 시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한국 주택시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회복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또 환율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게 하고 있고, 내수 부진으로 인해 실물경기도 좀처럼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총 20거래일 중 14거래일이 전일 대비 하락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채권시장은 경기전망 개선으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주식시장 대비 약세이지만, 한국은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주요국과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주택시장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은 정부가 규제에 나설 정도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한국의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가격 전년 동월 대비 하락폭은 지난해 9월 -1.2%에서 지난달 -0.1%까지 줄어드는 등 작년 9월 이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도 주택판매, 주택재고, 주택착공 등 주택시장과 관련한 지표의 상당수가 정상화돼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10%대 이상의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의 주택시장은 회복을 넘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주택가격 상승폭이 작년 2월 4.2%에서 같은 해 7월에는 11.1%로 뛰었고, 11월에는 23.7%까지 급등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주거용부터 상업용까지 모든 분야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지난 11일 정부가 부동산 단기 보유자의 주택매도, 외국인 투자자의 주택매입 규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부동산경기가 호황세다.

유럽 지역은 상대적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이 더디지만 핵심국인 독일 등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년 동월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이 여전히 마이너스인데다 낙폭까지 조금씩 커지고 있어 부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작년 3월 -0.6%, 6월 -1.3%, 9월 -2.3%, 12월 -2.9%로 분기마다 낙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도 전 세계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과 증시의 탈동조화를 하나의 순환구조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가계소비의 위축을 뜻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 가계소비와 경제의 여러 부문이 악화하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은행권 부실로 연결될 수도 있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박상현 상무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자산효과가 악화하는 것이 소비 사이클 회복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이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 개선 효과를 누리는 미국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내 실물경기는 좀처럼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실물경기 회복 둔화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경제의 동력인 수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환율 문제까지 불거져 한국 경제의 앞날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부양책이 진행되면서 이들 국가의 화폐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원화 가치는 올라가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 이슈까지 겹치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이 1조2318억원에 달하는 등 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채권시장이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지표물인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는 연 3.0% 밑을 뚫고 연 2.99%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날 미국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0bp(1bp=0.01%) 오르며 약세를 보였다.

국내 국고채 3년물 역시 28일까지 6거래일 연속 기준금리인 연 2.75%를 밑돌며 강세를 보였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최근 원화강세로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와 경기회복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금융 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