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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 KT 회장 사퇴와 상관없이 철저한 수사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마침내 이석채 씨가 KT회장직 사퇴를 표명했다. 거듭 비리의혹이 제기되어 검찰수사가 확대되고, 국회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와중에도 르완다로 출국해 "지구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후안무치한 태도로 버티던 그가 결국 물러난 것이다.

그동안 도시철도 스마트몰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 제주 7대 경관 선정 관련 가짜 국제전화 사건 등을 계기로 지금껏 시종일관 이석채 회장의 잘못된 경영행태와 불법, 비리혐의에 대해 감시, 대응해 온 시민단체들은 뒤늦게나마 이석채 회장이 사퇴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이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퇴의 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이석채 회장에게 분노를 감출 수가 없고, 그의 최측근과 지인들로만 구성된 이사회가 주도하게 될 차기 CEO 선출을 포함한 KT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새삼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원래 경쟁사 임원은 케이티 사장 자격이 없는데도, 정관까지 바꿔서 낙하산으로 사장으로 와서, 사장을 회장으로 격상시키고 노동자 수천명을 해고하고 수백여명의 죽음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제공한 인물이, 또 통신사로서는 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인 청와대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불법 대포폰까지 만들어 제공했던 KT가 이제와서 직원들을 위해 사퇴한다고 하니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 이석채 회장은 그동안 유명을 달리한 수없이 많은 노동자의 원혼앞에 진정으로 사죄부터 해야할 것이다.
 
또, 지금 KT에 쏟아지는 비판은 이석채 회장이 경영에 실패한 때문이 아니라, 그가 경영과 관련된 각종 불법, 비리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혁신이랍시고 한, 자산 헐값 매각과 친인척이 관련된 회사 등을 비싼 값에 인수합병한 행위는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게다가 국자전략물자인 인공위성을 정부조차 모르게, 불법으로, 또 헐값에 해외 매각하는 등 그의 경영행태는 도무지 비리가 아니라면 설명조차 불가능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국민적 의혹에 대해 어떤 해명도 없이 마치 자신이 정치적 외압에 의한 희생자이고 회사를 사랑해서 떠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석채 씨의 사퇴와 무관하게 검찰이 고발된 배임혐의는 물론 인공위성 헐값매각, 비자금 조성 등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전 국민은 물론 KT 직원들로부터도 엄청난 불신을 받고 있는 이석채씨가 '뒤처리' 운운하며 후임 CEO 선출까지 회사 경영을 한다면, 이는 KT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되는 만큼, 이석채 씨는 즉각 사퇴해야 하며, 아울러 검찰도 즉시 이석채 씨를 즉각 소환하고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구한다.
 
둘째로, 그는 사퇴의 변을 통해 KT의 인건비 과다 문제를 지적하며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지금껏 이석채 회장이 개인의 자리 유지를 위해 무분별하게 낙하산을 끌어들여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수도 없이 지적했지만, 그때마다 이석채 씨는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신의 자리 보전이 어려워지자 인건비 운운하며 마치 그 책임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뻔뻔한 주장을 하고 있는 데 대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고문, 자문 등 이석채의 낙하산 울타리들은 물론, 회사 경영에 깊숙이 들어와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권력층의 줄대기 인사 등은 차제에 함께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로, KT가 이 지경이 된 데는 CEO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데 대한 책임이 너무도 막중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검찰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열린 지난 10월26일의 이사회에서조차 '이석채 거취'를 이사회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이사회가 또 다시 KT의 명운이 걸린 차기 CEO를 결정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사진 모두에게 깊은 반성을 요구하며, 당장 모든 이사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최소한 사내이사들은 이석채와 함께 더 이상 이사의 자격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힌다. 또 할수 있다면 회장 추천위원회부터 국민들로부터 신망받는 인사들로 재 구성해서 사실상의 국민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KT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새 회장이 선임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이석채 씨가 CEO 직을 하루라도 더 유지하는 것이 곧 KT가 흔들리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차기 CEO 선출을 요구한다. 아울러 차기 CEO가 이석채 씨와 같은 행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치권에 줄대기에 기초한 낙하산이 아닌 통신 전문가', '단기 실적주의에 빠져 자산을 마구잡이로 매각하는 수익경영이 아니라 통신공공성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전문회사로의 비전을 갖춘 인사', '노동인권을 존중하고 국민들의 통신비 고통에 귀기울이는 CEO'가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이석채 씨가 마지막 퇴임사를 통해 아프리카 사업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도 그의 취임 이후 희생된 KT 노동자들에 대해, 또 불법인력퇴출 프로그램으로 고통받은 많은 KT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사과조차 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에만 KT 노동자 21명이 사망하고 자살자만도 8명이 발생해 국회에서 조차 심각하게 논의된 KT의 불법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데 대해 그는 끝끝내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이석채 수사와 사퇴에 청와대와 검찰의 복잡한 속내가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석채 회장은 반드시 퇴진하고 수사받고 처벌받아야할 상황이었다는 점은 틀림없는 진실일 것이다. 또 그동안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와 고발 내용은 내부 공익제보에 의해 사실관계가 엄밀하다는 점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디 KT에 통신공공성, 통신전문성, 노동·소비자 존중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새 회장이 선출되어 통신비 부담완화, 통신 공공성 회복, 노동인권 실현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충족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