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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 품에 안기지 못하는 아시아나·이스타항공…인수후 불안 적용된듯

[재경일보=김동렬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자 품에 안기는게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이스타항공 인수자인 제주항공 모두 "선행조건 미충족"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16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SPA 해제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인수 계약 해제 결정과 통보 시점을 최종 판단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번 인수·합병(M&A) 작업은 무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인수 무산을 두고 책임 공방이 이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은 입장 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M&A 진행 과정에서 양 사 사장의 통화 녹취파일과 회의록 내용이 공개되는 등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이미 M&A가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계약 파기 이후 책임 소재를 다투기 위해 서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해외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에서도 "선행조건 충족이 되지 않았다"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지난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인수를 위해 필수적인 기업 결합 심사가 러시아에서 연기되면서 거래 종결 시점이 자연스럽게 연기됐다.

러시아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마쳐지자 금호산업은 선행 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HDC현산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계약에는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이 지나간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이 계약 종결 시점으로 잡혀 있다.

HDC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상승 등 인수 체결(작년 12월 말) 당시와 현저히 달라진 현재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며 선행조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수가 지지부진 한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생기면서 인수하면 오히려 부실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HDC현산이 기업결합심사를 받는 사이 시장에서는 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위기도 심화하고 있어 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앞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 등을 위한 1천500억 원을 모집하는 2년물, 1천억 원 규모인 3년물, 500억 원 규모 5년물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에 나섰지만 110억 원만 신청됐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불확실성과 함께 인수한다고 해도 부채 증가로 재무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1분기 657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천억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칫 이스타항공을 인수했을 경우 규모의 경제화는커녕 동반 부실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큰 상태다.

아시아나

이런 가운데 정부도 섣불리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부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해소 등 양사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지원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의 실직 문제도 걱정이지만 이스타항공이 예를 들어 미지급금을 절반 이하로 낮춘다거나 이 의원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거나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 도와줄 수는 없는 문제"라며 "나중에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관련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양 당사자(HDC현산과 금호산업) 간 의사소통을 좀 더 긴밀히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지금 이대로 끝나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SOS를 치면 3자 회의를 주선해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HDC현산 측에서 어떠한 답이 온 게 없다"며 "제게 뭔가 요청할 단계가 안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