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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1차관 "美와 기술동맹…中협력강화 병행"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미국과의 경제·기술동맹 강화는 특정국 내지는 국가들의 배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최대교역국이자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의 경제·기술 협력 강화와 병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차관은 23일 한미정상회담 결과 관련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마찰을 관리할 외교적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과 "고위급 전략적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현안을 적절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미는 지난 21일 개최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기존 군사안보 중심의 동맹 지평을 경제안보·기술동맹으로 확장했다.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 미국과 경제안보·기술에 대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한다면 결국 중국과 갈등 소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조 차관은 "안정적인 공급망의 회복을 비롯해 최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해 소수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해 나갈 수 없다"고 한미 경제·기술동맹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고, 또 우리와 함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핵심·첨단기술 발전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 협력에 대해 "양 정상 간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기업의 더욱 활발한 대미 진출을 독려하며 적극적인 투자유치 의지를 보인 만큼, 인프라, 보조금 등 우리 기업의 투자 환경이 계속해서 개선될 수 있도록 미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국간 폭넓은 기술협력의 스펙트럼 속에서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유망 품목·분야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도록 협력의 토대를 쌓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
[연합뉴스 제공]

조 차관은 "양국 정상이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인권 등의 공통 가치를 확인하고 이러한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만큼 우리 정부는 관련 수출통제 분야에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나온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수출통제 관련 합의에 대해 "양국이 가진 세계적 수준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민감기술 보호를 통한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 증진을 위한 정책적 협력을 확대해간다는 방향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양국이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미국은 중국 등의 기술 탈취를 막고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안보와 인권 등을 명분으로 수출통제 등 다양한 조치를 하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 표현은 한미간에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조 차관은 23일 출범행사를 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선 "공급망의 안정화와 다변화, 디지털경제 발전, 탈탄소화 등 분야에서 우리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회"임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면 앞으로 구체적 내용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이른바 '룰 메이커'로서 발언권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정상 성명은 민주주의, 인권 등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강조한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조 차관은 "향후 한미동맹과 민주국가 간의 연대를 바탕으로 핵심 가치를 꾸준히 증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역내 및 글로벌 규범 기반 질서 수립에 기여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그는 한국 정부의 대북 보건·방역 협력 제의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도 대북 코로나 인도적 지원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제의했으며 중국을 통한 지원방안도 제안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이미 백신 지원을 제의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조 차관의 언급도 한미의 대북지원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조 차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가 조기 재가동하기로 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공조체계로 작동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DSCG는 한미 외교·국방당국 차관이 '2+2' 형태로 참여하는 협의체다.

조 차관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필요시 한미간 조율을 통해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한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EDSCG 등을 통해 그 외에 확장억제 공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다양한 구체 조치들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공동성명에 정상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한미일 협력이 공동의 경제 과제 대응에도 중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도 전했다.

그는 "'경제안보' 시대의 도전을 맞아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 신흥 기술 협력 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3국 협력체의 역할과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번 성명에 '경제적 도전에 대한 대응'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 중요성이 언급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분석이다.

일본이 한국에 보복성 수출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이런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미국이 어떤 요청을 했으며, 살상무기 지원 불가능 입장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 측은 인도 지원, 군수 지원 등 기존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을 중심으로 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는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임을 (회담에서) 설명했다"고 답했다.

이어 "미측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