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새벽 평안남도 온천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그 의중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을 통해 대북 유화 메세지를 밝혔음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5일 광복절 메시지는 '담대한 구상'으로 불린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과감한 정치·군사·경제적 상응 조처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은 전날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사전 연습을 시작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항상 한미 연합연습 전후에 비난 성명과 무력 시위 등으로 반발했다"며 "이날 순항미사일 발사도 UFS 연합연습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담대한 구상'으로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윤 대통령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 대상은 아니다. 결의안은 탄도미사일을 문제삼지만 순항미사일은 문제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두 달여 만에 재개됐고 지난 10일 코로나19 방역 승리를 선언한 만큼 도발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도 '담대한 구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100일 회견에서 '담대한 구상'과 관련, 이틀 전 경제분야 위주의 내용을 밝힌 데서 나아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등 정치·안보 분야까지 거론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날 새벽에 이뤄졌고 곧바로 대통령실에 보고가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회견에 임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오전에 기자들과 만나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