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 발표를 계기로 상반기에 미국, 일본 정상과 연쇄 회담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전날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먼저 발표하고 일본도 호응하면서 4년 만의 대통령 방일이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의 16∼17일 방일 가능성을 보도했다.
당초 대통령실 안팎에서 거론되던 방일 시점(이달 하순)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진 일정이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하순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시기, 형식, 의제 등에 대한 논의를 매듭짓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크다.
G7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달 방일 이후 G7 정상회의까지 참석하면 2개월 만에 다시 일본을 찾는 셈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한미일이 3각 협력을 부각하는 모종의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정부는 그동안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아래 한일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주문해 왔다.
윤 대통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파수를 맞춰왔다.
한미일 정상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4년 9개월 만에 회담한 데 이어, 5개월 뒤 '프놈펜 성명'을 통해 글로벌 현안까지 망라한 3국 공조 강화를 천명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로 한일 간 징용 및 수출규제 갈등도 일단 일단락됐다는 평가 속에 한미일 3국은 앞으로 실질적인 삼각 공조를 구체화하고 이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뒤 백악관을 통해 성명을 내고 '신기원적인 새 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크게 환영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정부가 한미일 3국간 '정상회담 시간표'를 지나치게 염두에 둔 나머지 해법 발표를 서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계속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더 기다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본다. 국익을 위해 어차피 풀고 가야 할 문제였다"며 지난한 협상을 거치며 내린 '현실적 선택'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