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동료시민 vs 운동권 특권층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 공식 데뷔전에서 던진 총선 프레임이다. 이는 '영 라이트'(young right)와 '올드 레프트'(old left)라는 틀과도 맥을 같이한다.
1970년대생 'X세대'인 한 비대위원장은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86'(19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대를 특권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총선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취임 첫날부터 보수정당의 고질적 약점인 '프레임 전쟁'에서 과감한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연설에서 "상식적인 많은 국민을 대신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것"이라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론'과 '민주당 숙주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86 세대에 대해선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이라는 말로 한때 개혁과 젊음의 상징이었던 86 세대가 이제는 '수구 기득권'을 상징한다는 주장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86세대는 물론 민주당과 이 대표,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묶인 국민의힘이 국정 안정론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총선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 안정 대 심판론의 구도에서 벗어나 운동권 특권 청산과 정치권 세대교체론으로 총선 구도 새판짜기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힘이 '미래와 동료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운동권 다수당'으로 몰아세우고 국민의힘은 다수의 일반 시민을 대변하는 구도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진영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 먼저이고, 국민의 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며 "미래와 동료 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폭주를 막는 것"이 총선 승리의 이유라면서도 "그것만이 우리 정치의 목표일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위대한 대한민국과 동료 시민은 그것보다 훨씬 더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실력과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무능한 여당'이라는 야당의 정치 공세에서 탈피해 '민생을 챙기는 실력있는 집권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선명한 야당 때리기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고, 정치권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확장성을 가질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민주당을 겨냥한 날선 비판이 필요한 경우 때로는 타협과 협상을 해야 하는 정치의 영역에서 한 위원장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내 비주류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이날 수락 연설이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정치인들과 각을 세우며 만들어 온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