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단연코 수도권이다. 역대 총선에서 수도권 승패가 여야 각 정당의 전체 성적표를 좌우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전체 지역구 253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1석(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이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4년 전 서울 41석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휩쓸었고, 전체적으로 180석을 얻어 압승했다.
반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에서 건진 의석은 16석에 불과했고, 총 의석 103석에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전국 단위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수도권 방정식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적용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14곳에서 이겼다.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전체적으로 50.56%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45.73%)를 눌렀다.
경기와 인천에선 윤 대통령 득표율이 이 대표에게 뒤졌지만,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에 몰아줬던 표심의 상당 부분을 가져오며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도 사활을 건 수도권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확실한 '과반 정당'을 목표로 수도권에 당력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17석에 불과한 수도권에서 60석 이상을 확보하고,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벨트' 지역을 당 상징색인 빨강으로 물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민심에 미칠 효과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집권당에 걸맞은 과반 의석을 위해선 수도권에서 반드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수도권에서도 과반을 가져와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수도권 수성에 사활을 걸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원내 1당을 하려면 결국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며 "수도권이 전국 민심을 좌우하는 만큼 이곳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수도권의 경제활동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민생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산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들어 수도권 민생현장을 방문하고 공개회의 모두발언에서 주요 경제 현안을 언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여야는 수도권의 '스윙 지역구'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겼으나 대선에선 윤 대통령 득표율이 이 대표보다 높았던 곳이다.
스윙 지역구의 경우 중도층과 부동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선택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운 국민의힘과 이재명 대표를 사령탑으로 하는 민주당의 쇄신 경쟁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내년 총선에서는 부산·경남(PK)도 주요 승부처다.
현재 PK 의석 34석 중 26석을 가진 국민의힘은 보수 텃밭 사수를 기치로 내걸고,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 벨트'의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민심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 지역 한 의원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여러 부산 숙원 사업 추진 의지를 내보이고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엑스포 불발 이후 생겨난 PK 민심의 균열을 파고들 태세다.
총선 영입 인재 2·3호인 엔씨소프트 임원 출신 이재성 씨와 류삼영 전 총경 모두 부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거점으로 선전을 다짐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PK 의원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여당이 불리해졌다고 하지만, 보수정당 지지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어도 야당에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싸움도 관심사다.
4년 전 대전·충남·충북·세종 지역에서 단 8석을 가져온 국민의힘은 중원 수복을 다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석권한 기세를 몰아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고 충청을 탈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여당의 '메가 서울' 구상에 맞서 국토균형발전 구상을 중심으로 충청 민심의 지지를 호소할 전망이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의 비전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대구·경북(TK)은 여당의 절대 우위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가 '영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면서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이 많이 빠졌다"며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야당 텃밭인 호남은 민주당의 무난한 수성이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가장 강한 곳"이라며 "높은 정치혁신 기대감 등에 부응해 호남 민심의 선택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지, 여당의 '서진'(西進)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에 따라 민주당의 성적표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