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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밀착 가속화와 다극화 질서 선언... 푸틴 시진핑 베이징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재확인

김영 기자
중러 밀착 가속화와 다극화 질서 선언... 푸틴 시진핑 베이징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재확인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 수립을 위한 공동 선언문과 40여 건의 전략적 협력 문서에 서명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직후 이루어진 행보로, 미중러 삼각 관계 속에서 중국의 외교적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서방 중심의 단극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새로운 국제 관계 수립을 위한 전략적 공조를 공식화한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 관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경제, 안보, 에너지를 망라하는 약 40건의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대응하여 유라시아 대륙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의 영접을 받으며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도착 직후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이튿날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 행사는 양국의 밀착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서방의 압박에 맞선 중러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수립에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정상이 다극화된 세계 질서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수립에 관한 선언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워싱턴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외교적 결집이 정점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직후 나흘 만에 성사되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중난하이에서 시 주석과 차담 및 업무 오찬을 가졌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전통적인 외빈 숙소인 댜오위타이에 머물며 실무 위주의 비공개 회담에 집중하는 형식을 취한다.

중국은 미러 정상의 연쇄 방문을 유도하며 국제 사회에서 중재자이자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통상과 경제 현안에 집중되었다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안보와 에너지 협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을 관리하는 동시에 러시아라는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려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양국이 서명할 40여 건의 문서에는 에너지 공급 확대와 기술 협력 등 구체적인 경제 공조 방안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결제 시스템 구축과 북극 항로 이용 등 전략적 가치가 높은 사업들이 논의 대상이다. 이는 러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중국의 거대 시장 및 자본력을 결합하여 독자적인 경제 블록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단순한 우호 증진을 넘어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지역 안보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러의 에너지 협력 강화 이면에는 대만 문제 발생 시 서방의 해상 봉쇄에 대비한 육로 공급망 확보라는 군사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상호 핵심 이익에 대한 지지를 명문화함으로써 안보 협력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러의 지나친 밀착이 오히려 국제 사회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서방 언론들은 양국의 결속을 '권위주의 가치의 연대'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진영의 강력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술 유출과 군사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방의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러 양국은 다극화 체제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강조하며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새로운 국제 질서 선언은 유엔 중심의 기존 체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미국 주도의 질서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함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향후 국제 정세는 미중 경쟁과 중러 밀착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베이징에서의 이번 회담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편되는 글로벌 안보 지형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이러한 거대 담론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교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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