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행정 전문가' 박완수 벽 못 넘은 김경수... 창원 표심에 가로막힌 경남 탈환

김영 기자
'행정 전문가' 박완수 벽 못 넘은 김경수... 창원 표심에 가로막힌 경남 탈환
©연합뉴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박완수 당선인에게 5만여 표 차이로 패배하며 경남지사 탈환에 실패했다. 개표율 96.68% 상황에서 3.05%포인트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현직 지사의 견고한 지역 기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남지사 선거에서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의 견고한 지역 기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4일 오전 9시 기준 개표율 96.68%를 기록한 가운데 김 후보는 박 당선인에게 5만여 표 차이로 뒤지며 패배를 확정지었다. 이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 도입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여야 전현직 지사 간의 대결에서 현직의 벽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선거는 민선 7기 지사를 지낸 김 후보와 민선 8기 현직인 박 당선인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선거 기간 내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권자들은 결국 변화와 혁신보다는 행정의 연속성과 지역 기반의 안정성을 선택하며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질서와 안정적인 도정 운영을 중시하는 경남의 지역 정서가 투표 결과에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이재명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며 경남 발전을 이끌 '힘 있는 도지사'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경남대전환'이라는 슬로건 아래 도지사 재임 시절의 경험과 중앙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워 민심 공략에 나섰다. 특히 지난 3월과 4월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박 당선인을 근소하게 앞서는 결과가 다수 도출되며 민주당의 경남 탈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김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며 경남 지역을 핵심 승부처로 관리해왔다. 정청래 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선거운동 개시 전부터 경남을 수차례 방문하여 김 후보의 공약을 입법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내놓았다. 이러한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원은 김 후보가 선거 중반까지 박 당선인과 팽팽한 균형추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하순부터 민심의 기류는 현직 지사인 박 당선인 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 개시를 기점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열세로 돌아서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실제 투표함이 열리자 현직 프리미엄의 위력이 발휘되었다.

박 당선인이 경남 지역에서 40년 이상 쌓아온 행정 경험과 선출직 경력은 김 후보가 넘기 힘든 거대한 성벽과도 같았다. 창원시장을 세 차례 역임하고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당선인의 탄탄한 조직력은 선거 당일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졌다. 민선 8기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박 당선인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두터운 신뢰가 김 후보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특히 경남 전체 유권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 승부처인 창원시에서의 패배는 김 후보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으로 남게 되었다. 김 후보는 창원시 한 곳에서만 박 당선인에게 약 3만 표에 가까운 차이로 뒤처지며 승기를 내어주고 말았다. 양측의 최종 표 차이가 5만 표 수준임을 감안할 때 창원시에서의 열세는 사실상 선거 전체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된 셈이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중앙 정치권의 변수들도 김 후보의 외연 확장을 저해하는 악재로 작용하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의한 공소 취소 특검법 등은 보수층의 결집을 초래하고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후반 경남을 두 차례나 방문하여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점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으는 기폭제가 되었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진보당 전희영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막판 대역전극을 노렸으나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진보 진영의 단일대오 형성이 지지층 결집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으나 거대 양당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의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일화 이후에도 박 당선인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김 후보가 지역 밀착형 공약보다는 중앙 정치의 프레임에 과도하게 의존한 점이 패인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원팀' 강조가 민주당 지지층을 묶어두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권 견제론에 공감하지 않는 보수적 경남 민심을 파고들기에는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효율성과 법치, 그리고 안정적인 도정 운영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박 당선인의 행정가 이미지가 더 실질적인 대안으로 다가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가의 한 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창원시장과 재선 의원을 거치며 다져온 견고한 지역 기반은 단순한 정당 지지율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가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창원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한 것은 지역 정치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밀한 전략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 연고와 행정 경험이 정치적 상징성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낙선한 김 후보는 당분간 정치적 전면에서 물러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정치적 겨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8세라는 나이와 부울경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그의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저력을 바탕으로 2028년 총선 출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계 복귀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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