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국, 한국산 관세 15% 상한선 재확인... 3500억 달러 투자에 화답한 '통상 무풍지대'

정휘 기자
미국, 한국산 관세 15% 상한선 재확인... 3500억 달러 투자에 화답한 '통상 무풍지대'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지난해 양국이 합의한 15%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재확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근 무역법 301조 조사 등 잇따른 통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상한선을 준수할 것임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한 상호 호혜적 조치이자 한미 통상 관계의 안정성을 상징하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추가 관세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며 한미 통상 관계의 실질적 이익 균형을 확보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긴급 화상 면담을 통해 한국에 부과되는 관세가 지난해 합의한 15% 선을 넘지 않을 것임을 확약받았다. 이번 합의 재확인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낮추고 대미 수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세 상한선 준수 결정은 지난해 한국이 단행한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고위급 협상을 거쳐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약하는 대신, 미국이 예고했던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한국산 제품은 다른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10%의 임시 글로벌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개별 품목 조사 결과에 따라 세율이 변동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에 12.5%의 관세를 예고하자 시장의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과잉생산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301조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최종 합산 관세율이 지난해 합의한 15% 상한선을 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어 왔다. 산업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 및 USTR과 다각적인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여 기존 합의의 구속력을 강조하는 협상에 임했다.

김정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면담에서 작년 한미 관세합의의 이행 현황을 상세히 점검하고 양측의 지속적인 준수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김 장관은 면담 직후 "한국에 대해서는 작년 관세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의 경제 동맹 관계를 고려하여 이미 합의된 이익 균형의 틀을 깨트리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 관련 조사가 한미 관세합의라는 큰 틀 안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 미국 측도 이에 공감하며 기존 합의를 준수할 의향이 있음을 재확인하고, 향후 발생하는 통상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확약이 긍정적이나, 미국의 통상 압박이 형태를 바꾸어 지속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관세율 자체는 15% 이내로 묶이더라도 비관세 장벽이나 세이프가드, 혹은 환경 규제를 명분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수입 제한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통상 정책의 세부 실행 방안이 언제든 가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 측에 이번 조사 결과뿐 아니라 향후 발생하는 통상 현안도 신규 관세 조치가 아닌 합의 틀 안에서 협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있는 301조 관련 절차에 대해서도 차분히 대응하며 양국 간 통상 현안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주요 수출 품목별 영향 분석을 실시하고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향후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정상 간 공동설명자료의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 상무부 및 USTR과의 상시 소통 채널을 강화하여 예상치 못한 통상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관세 상한선 재확인을 기회로 대미 수출 전략을 재점검하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 분산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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