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5월 물가 3.1% 급등에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결정... 연간 2.7% 방어 총력

윤근일 기자
5월 물가 3.1% 급등에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결정... 연간 2.7% 방어 총력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3.1%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둔 정부는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시장 개입을 지속할 방침이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유사한 2.7% 내외에서 관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하며 민생 경제에 비상을 걸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며 3%대에 재진입했으며, 이는 석유류 가격이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물가 상방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카드를 당분간 유지하며 대응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최근의 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는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약 0.6%포인트 끌어내리는 실질적인 방어막 역할을 수행했다. 만약 이러한 정책적 개입이 없었다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까지 치솟아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해제 시점은 국제 유가의 흐름과 중동 정세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민하게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재개되어 수급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거나 국제 유가가 구조적인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될 때 제도 해제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국제 유가와 국내 석유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좁혀지는지가 정책 전환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사전 브리핑을 통해 "국제유가 흐름과 국내 가격의 격차가 좁혀지는 시점을 면밀히 주시해야 하기에 구체적인 해제 가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강 차관보는 이어 "일시적으로 제도를 해제할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완화할지, 유류세 환원 여부와 연계할지 등 다양한 정책적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신중한 입장을 반영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정유사가 입게 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을 담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으로 재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예산처 차관 등이 참여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발족하여 정유업계와 세부적인 보전 방식을 협의한다. 아울러 가격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주유소를 착한 주유소로 추가 선정하고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고유가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취약계층과 물류 업계를 위한 맞춤형 지원 대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비롯해 화물차 경유 보조금, 농어민 면세유 유가 연동보조금 등을 신속히 집행하여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지원책은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서민 경제의 기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물가 전망은 국제 유가의 향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5월의 급등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실무적인 판단이다.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전체 상승률은 2.7%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와 궤를 같이하는 수치로 정부의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바구니 물가의 실질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농축수산물에 대한 공급 확대와 관세 인하 정책이 병행된다. 정부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물량을 확대하고 이달 안으로 하반기 긴급 할당관세 추진 여부를 검토하여 수입 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명태와 고등어 등 주요 어종은 정부 비축 물량 8,000톤을 소매가 대비 최대 4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방출한다.

농축산물 수급 관리를 위해 여름철 기상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 체계도 가동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반을 운영하여 폭염이나 폭우로 인한 작황 부진 가능성에 대비하기로 했다. 미국과 태국산 신선란을 추가로 수입하여 계란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행사를 확대하여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가격 통제와 시장 개입이 민간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시장의 자율적인 수급 조절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은 결국 국가 재정에 부담을 지우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억제책이 해제되는 시점에 물가가 다시 급등하는 '스프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정교한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부는 소비자심리지수의 반등이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하락했던 소비자심리가 5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수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소비 심리 개선이 물가 상승을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경기 회복 속도에 따른 수요 압력을 경계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결국 하반기 물가 관리의 성패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안정과 기상 여건에 따른 농산물 수급 조절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보다 구체화된 물가 안정 경로를 제시하고 민생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관리할 예정이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수단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실질적인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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