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나흘간의 방한 일정을 통해 한국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을 점검하고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방문은 반도체와 로보틱스를 넘어 스타트업과 학계까지 아우르는 이례적인 규모로 진행되며,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망 확보와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5일 오후 전세기를 통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하여 나흘간의 한국 인공지능 생태계 점검에 나선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중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게임업계와 인공지능 스타트업, 대학 연구진을 잇달아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문은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실질적인 기술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일반 터미널과 분리된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운항 지원 시설인 SGBAC를 통해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인근에 위치한 이 시설은 독립된 입국장을 갖추고 있어 보안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항 관계자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식적인 입국 일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항공 업계는 5일 오후 도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입국 직후인 5일 저녁에는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이른바 '삼겹살 회동'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강남에서 진행된 '치킨 회동'에 이어 이번 만남 역시 격식을 차리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그리고 자율주행 및 로봇 분야의 협력 강화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엔비디아의 GPU 경쟁력을 뒷받침할 HBM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양측 모두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파트너십 구축 방안도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안과 안전 문제를 고려하여 당초 예약된 성수동 외에 홍대입구나 을지로 등 다른 지역으로 회동 장소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의 행보에 쏠리는 과도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원활한 대화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장소와 상관없이 이번 만남이 한국 반도체 및 ICT 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방한 셋째 날인 7일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나 게임과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기술 행사에 자사 게임을 출품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핵심 파트너사 중 하나다. 양사는 인공지능 기반의 게임 제작 공정 효율화와 차세대 그래픽 기술 적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내 AI 및 로봇 스타트업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혁신 생태계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이 자리에는 자체 대규모언어모델 '솔라'를 보유한 업스테이지를 비롯해 노타와 베슬AI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망 기업들이 참석한다. 황 CEO가 한국의 로봇 스타트업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엔비디아의 GPU 자원과 개방형 AI 모델인 네모트론을 활용하여 한국형 소버린 LLM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 협력사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겪는 컴퓨팅 자원 확보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엔비디아 차원의 기술 지원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장악하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행보다.
같은 날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 로보틱스 연구소를 방문하여 학계의 최신 연구 동향을 살피고 미래 인재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황 CEO는 연구기관 방문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상에 대해 강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래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핵심 인재들과의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 네이버의 주요 사옥을 방문하여 현장 경영진과 피지컬 AI 협력 방안을 조율하는 일정 역시 검토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방문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배석할 가능성이 크다.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 방문은 로봇과 클라우드 기술이 집약된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네이버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디지털 트윈과 5G 특화망 등 첨단 기술이 실질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황 CEO는 이곳에서 네이버의 로봇 기술력과 AI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직접 확인하고 양사의 협력 지점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로봇 운영 체계에서의 시너지는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지능형 로봇 생태계 확장에 필수적인 요소다.
산업계 일정 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야구 시구 등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파격적인 행보가 예정되어 있다. 주말 중 tvN의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의 경영 철학과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에 대해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또한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의 홈경기 시구자로 나서며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병행한다.
다만 이러한 광폭 행보가 실제 투자나 구체적인 계약 체결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공급망 불안정성 속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단순한 우호 관계 확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특정 기업에 편중된 협력 구조가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황 CEO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을 넘어 한국을 AI 시대의 핵심 전략 기지로 인정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는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황 CEO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8일 늦은 오후 또는 9일 오전 중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나흘간의 여정은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의 밀착 행보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및 인공지능 시장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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