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데, 29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10% 가까이 급락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실적이 이제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 등 AI 반도체 열풍 속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 AI 메모리 강자 SK하이닉스, 기업가치 급등세
전자기기와 인공지능(AI) 시스템용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말 한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7월 10일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26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호재는 계속 이어지는 듯했다.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SK그룹은 지난주 말 차세대 메모리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와 5천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하며 기존 합의 내용을 구체화했다.
▲ 분기 순이익 92조9210억 원…역대 최고 실적 달성
이어 발표된 2분기 실적도 압도적이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개월 동안 순이익 93조9천억 원을 기록해 약 640억 달러(약 92조 921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배 증가한 규모였으며, 지난 5년간 기록한 순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 기대치 못 미쳤다는 평가…AI 성장 지속성 우려 확산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AI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최대 19.6%까지 하락한 뒤 9.6%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일본 플래시메모리 업체 키옥시아(Kioxia)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6월 한때 도쿄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이후 고점 대비 약 3분의 2 수준까지 하락했다.
▲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
AI 시스템을 학습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막대한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업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SK하이닉스는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 한국에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추진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한국 남서부 지역에 신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총 5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AI 시대를 대비한 생산능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됐다.
▲ 빅테크도 AI 투자 확대…연간 6천700억 달러 집행 예정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4대 하이퍼스케일 기업들은 올해 AI 관련 설비투자에 최대 6천7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AI 인프라 확장이 여전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분석됐다.
▲ 급등한 주가가 부담…성장 둔화 우려에 민감한 시장
다만 지난해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한 만큼 성장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높은 밸류에이션이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AI 생태계 자금순환 구조도 새로운 리스크 부상
시장에서는 AI 산업 내 순환 금융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반도체 업체들이 고객사의 반도체 구매를 지원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다시 커졌다.
▲ 중국 메모리 업체 부상…경쟁 구도 변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빠른 성장도 투자자들의 또 다른 우려 요인으로 떠올랐다.
중국 메모리 업체 CXMT는 지난 28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직후 중국 본토 증시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기록하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CXMT 주가는 30일 12.7% 상승하며 시가총액 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 증시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7천50억 달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 중국, 노광장비 국산화도 속도
중국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아직 네덜란드 ASML과는 상당한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핵심 장비 국산화를 위한 기술 축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 증권가 "주가 조정 과도…기초체력은 견조"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가 하락에 대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견조한 실적과 구글 등 주요 고객사의 안정적인 주문, 메모리 현물가격 상승 등을 근거로 AI 호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공급 부족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품목인 D램 시장 매출이 오는 2030년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대비 약 12배 성장하는 규모로, AI 확산이 메모리 산업의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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