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주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2026년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령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과 안정적인 노후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심화하는 월세 시대, 고령층 주거 불안정 심화
한국의 주거 시장은 '월세 가속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계약이 월세로 전환된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고, 전세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 인상분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복합적인 경제 상황에 기인합니다. 2024년에도 월세 상승 폭이 전세 상승 폭을 추월했으며,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져 '월세 시대'가 고착화되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월세 가속화는 특히 고령층에게 심각한 주거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 월세는 약 122만 원 수준으로, 이는 4인 가구 중위소득의 약 20%를 차지하는 금액입니다. 서울 임차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 임대료 비율(RIR)은 37.7%에 달해, 소득의 약 40%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거는 더 이상 자산 형성의 기반이 아닌 매달 감당해야 할 고정비이자 삶의 선택지를 제약하는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약 40% 이상이 1인 가구로 생활하며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를 넘는 주거비 과부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13.5%)의 3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성이 매우 높습니다.
▲ 115만 개 노인 일자리 확대, 소득 보전의 희망인가
정부는 이러한 고령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노후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2026년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2천 개로 확대합니다. 이는 전년 대비 5만 4천 개 증가한 수치이며, 총 5조 원가량의 예산(국비 2조 4천억 원, 지방비 2조 6천억 원)이 투입됩니다. 특히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노인역량활용형' 일자리를 3만 7천 개(67%) 늘려 돌봄, 안전, 환경 분야에 집중 배치할 계획입니다.
새롭게 신설되는 일자리로는 통합돌봄 재택서비스에 투입되는 '통합돌봄 도우미'(1,602명), 푸드뱅크 '그냥드림' 관리자(680명), '안심귀가 도우미'(951명) 등이 있습니다. 특히 교육부와 협업하는 '유아돌봄 특화형 시범사업'을 통해 유치원 시니어 돌봄사 500명이 아침·저녁 돌봄에 투입되며, 이들은 30시간의 특화 교육을 이수 후 기존 노인역량활용형 일자리보다 높은 월 90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 이는 단순 공익 활동을 넘어 전문성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2026년 노인 일자리 모집에는 97만 개 일자리에 122만 명이 신청하여 1.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고령층의 높은 참여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 확대가 고령층의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고 노후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2025년 3분기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10만 197원으로 증가했지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노령연금 평균 수령액은 67만 원 수준이며, 많은 수급자가 20만~40만 원 미만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중고령자들이 생각하는 1인 가구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192만 원으로 제시되고 있어, 소득과 지출 간의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과거 연구에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의 지속적인 참여가 가구의 근로소득이나 소비 지출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오히려 경상소득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경제적 지위 악화 가능성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노인 일자리가 소득 보전보다는 사회 활동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소득 보장 효과 제고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 주거비 부담 해소와 노후 안정, 정책적 시너지 모색
월세 가속화 시대에 고령층의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고 노후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 확대와 더불어 주거 지원 정책의 시너지가 필수적입니다. 다행히 2026년부터 고령자 임대주택 제도가 전면 개편되어 월세 3만~10만 원대 실현을 목표로 고령층 주거비 부담을 대폭 감소시킬 예정입니다. 공급 확대, 연령 요건 완화, 장기 거주 혜택 강화 등을 통해 입주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 지역사회 통합돌봄 예산을 777억 원으로 확대하여,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의료, 주거, 식사, 이동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서는 주거와 일자리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구 남구의 '이룸채'는 시니어 일자리 인큐베이팅 센터로, 입주 대상인 무주택 1인 세대 고령층이 보증금 300만 원, 월 임대료 15만 원 수준으로 거주하며 공동체 사업단에 참여해 일자리를 얻는 방식입니다. 이는 주거, 일자리, 돌봄을 동시에 해결하는 전국 최초 모델로, 어르신을 단순 돌봄 대상이 아닌 '일하는 신중년'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령층이 남는 방을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셰어하우스' 방식은 노년층의 생활비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동시에 덜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고령층은 주택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금 흐름이 부족하여 '하우스푸어'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4년 기준 전체 주택의 45% 이상을 6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으며, 고가 주택의 54.2%를 60세 이상이 소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자산이 장기간 소비로 전환되지 않는 '동결 자산' 구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연금 확대, 다운사이징 지원, 공공임대 활용 등 자산 기반의 맞춤형 정책을 통해 고령층의 자산이 실질적인 소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합니다.
결론
월세 가속화 시대에 115만 개로 확대되는 노인 일자리는 고령층의 소득 보전과 사회 참여를 증진하는 중요한 정책적 노력입니다. 특히 '노인역량활용형' 일자리 확대와 유아돌봄 특화형 시범사업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 발굴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급증하는 주거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개선을 통한 소득 보장 효과를 높이고, 고령자 임대주택 개편, 지역사회 통합돌봄, 주거-일자리 연계 모델, 자산 기반 주거 지원 등 다각적인 정책적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향후 정부는 노인 일자리의 소득 보전 효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고령층의 자산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주거 지원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이룸채'와 같은 혁신적인 주거-일자리 연계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고령층의 주택 자산을 활용한 생활비 충당 방안을 모색하는 등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령층이 주거 불안정 없이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와 일자리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포괄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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