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임금 체계 개편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직장인이 주거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성과 중심의 임금 슬림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치솟는 월세 부담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은 '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 사다리를 위태롭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연 임금 슬림화 시대에 주거 사다리는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 임금 슬림화, 기업의 생존 전략인가?
2026년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인건비 효율화를 위해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는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던 기존 연공급제에서 벗어나, 맡은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 개인 또는 부서의 실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은 2025년까지 전 계열사에 직무급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대웅제약 또한 2017년 직무급제로 전환하여 업무 효율 향상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임금 슬림화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고정 비용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부가가치 직무나 고성과자에게는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직무나 저성과자에게는 임금 상승의 기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가처분 소득의 격차를 벌리고, 자산 형성의 출발선부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 흔들리는 주거 사다리, 청년층의 현실
'주거 사다리'는 월세나 전세로 시작하여 소득과 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더 나은 주거 환경, 궁극적으로는 자가 주택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전세 제도가 목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나, 최근 이러한 주거 사다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다. 2024년 4월 3일 기준, 전세 사기 우려 등으로 비아파트 신규 전세 거래가 급감하고 전국 비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가 70.7%까지 급증했다. 2026년 3월 25일 기준, 지난해 체결된 전체 임대차 계약 10건 중 6건이 월세 거래였다. 월세 거주 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율은 전체 소비 지출의 21.5%에 달해, 자가 및 전세 거주 가구의 8.5%보다 훨씬 높다. 이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가 가처분 소득을 줄여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력을 빼앗고, 장기적으로 자산 형성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청년가구의 자가보유율은 15.9%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평균 거주 기간은 1.6년에 불과해 잦은 이사에 시달린다. 2024년 11월 10일 기준, 서울 청년 1인 가구 중 24%가 고시원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주거 불안정은 청년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임금 슬림화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성과에 따라 임금 변동성이 커지면 안정적인 주거비 마련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목돈을 모으는 속도도 늦춰질 수 있다. 이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주거 사다리 이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26년 부동산 시장은 서울 핵심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반면, 지방과 비핵심 지역은 정체되거나 조정 국면에 머무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K자형 성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 위기 속 기회, 주거 안정 해법은?
임금 슬림화와 주거 사다리 붕괴 위기 속에서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은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8월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통해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50만 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26년에도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청년 주택 드림 대출 등 청년층을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 3월 31일, 분양가의 20%만 계약금으로 내고 최대 20년간 잔금을 갚아나가는 '바로내집'을 포함한 공공임대·공공분양 주택 13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무주택 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기업 역시 직장인들의 월세 부담 폭증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보상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기업 특성에 맞는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건비 효율화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 차원에서는 변화하는 제도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는 대출 한도를 크게 축소시키므로, 본인의 소득 수준에 맞는 현실적인 자금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2026년부터 강화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에 대비하여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증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청년층의 경우 청년 주택 드림 대출과 같은 저금리 정책 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 청약 전략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임금 슬림화 시대의 주거 불안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정부, 기업, 개인이 각자의 역할에서 지혜를 모아 주거 사다리를 튼튼히 복원하고, 모든 이가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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