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환율 1350원, 자사주 전략의 숨겨진 반전은?

재경 마켓부 기자
환율 1350원
©AI 생성 이미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 1500원대까지 치솟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기업의 자사주 전략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202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의 압박 속에서 기업들은 과연 어떤 자사주 전략을 펼쳐나갈지, 그 배경과 전망을 심층 분석한다.

▲ 고환율의 그림자, 기업 재무를 짓누르다

2026년 4월 현재, 원/달러 환율은 중동 리스크와 국제유가 급등 등 지정학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1500원대까지 치솟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고환율은 기업들에게 상당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수입 비용이 급증하고, 외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이자 비용이 늘어나 유동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수출 기업의 경우 환율이 10원만 변동해도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지주사들 역시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여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으로 이어진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배당 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환율 상승은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의 방향성보다는 급격한 변동성 자체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 및 가격 전략 수립을 지연시키거나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칼날

이처럼 고환율이라는 난기류 속에서도 기업의 자사주 전략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6년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그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기업이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역시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편법 승계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으로 활용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이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주주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예외 조항도 존재한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부여 등 특정 목적의 자사주 보유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가능하다. 그러나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포괄적인 경영상 목적의 보유는 정관에 해당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자사주 소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보유·처분 계획을 위반할 경우, 해당 이사에게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러한 법적 강제성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주주환원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동기가 될 전망이다.

▲ 고환율 속 자사주 전략, 기업들의 셈법은?

고환율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주환원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6월 30일까지 8,700만 주, 약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현대자동차도 4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SK 등도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밸류업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신한금융그룹은 2025년에 이미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며 2027년 목표를 2년 앞당겼고, 2026년에도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 역시 주주환원율을 45%로 상향 조정하고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고환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모습이다.

정부 또한 기업의 주주환원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검토 중이다. 자사주 소각 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공제하거나, 자사주 매입 목적 증권거래세를 감면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세제 지원은 고환율로 인한 기업들의 재무 부담을 일부 덜어주면서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을 더욱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고환율이 금융지주의 CET1 비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주주환원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결론적으로, 환율 1350원 이상의 고환율 환경은 기업들에게 녹록지 않은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3차 상법 개정안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력한 추진은 기업들이 주주환원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법적 의무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교한 자사주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환율 리스크 관리 능력과 더불어, 자사주 소각 계획의 구체성과 진정성을 면밀히 평가하여 현명한 투자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환율 1350원# 자사주 소각 의무화#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주주환원 정책#코리아 디스카운트#3차 상법 개정안# 고환율 영향# 기업 재무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