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 경영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됐다. 디지털 전환(DX)이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전산화에 가까웠다면, AX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자율화 단계로, 그 속도와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러한 급변의 시대에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임원 보수 체계 역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 AX 시대, 임원 보수 체계 변화의 불가피성
AX는 기업의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인재상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인간은 최종 판단과 책임, 사람 간의 설득과 조율, 현장 감각, 윤리적 역할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는 조직 내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크로스 포지션),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울트라 플랫) 민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임원 인사의 키워드도 'AI', '유연성', '세대교체'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2025년 말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에서는 AI 및 기술 전문가들이 전진 배치되고, 연공서열보다는 능력 위주의 인사가 단행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KT는 2026년 3월, 'AX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임원급 조직을 약 30% 축소하고, 'AX 사업부문'과 'AX 미래기술원'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AX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2026년 3월, 인사(HR) 조직 전체를 AI 사업 구조에 맞춰 재편하고, AI와 인간의 협업에 대비한 '인력 가속화' 전담팀을 구성했다.
▲ 성과 연동 보수, AX 성공의 핵심 동력
AX 시대의 임원 보수 혁신은 단순히 금액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성과 지표와의 연동이 핵심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임원 보수에 반영하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자문 기업 윌리스 타워스 왓슨(WTW)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유럽 등 연매출 100억 달러 이상 상장 대기업의 77%가 하나 이상의 ESG 성과 지표를 임원 성과급에 활용했으며, 이는 2021년 68%에서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미국 S&P500 기업의 경우, 2023년에는 75.5%가 보상 계획에 ESG 지표를 포함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 기업들은 91%가 ESG 성과 지표를 임원 성과급에 반영하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로 환경(CO2 배출 감소량)과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지표의 활용이 크게 늘었으며, 이러한 ESG 성과 지표는 현금성 보너스 같은 단기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장기 인센티브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다보스 매니페스토 2020(Davos Manifesto 2020)과 ICGN(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의 글로벌 거버넌스 원칙은 임원 보수가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반영하고, 지속가능성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복합기업 지멘스(Siemens)는 2020년 이후 임원 보수 중 주식 보수 부분의 20%를 CO2 배출 감소량, 직원 1인당 교육 시간, 고객 만족도 등 내부 지속가능 지표 실적에 연동하고 있다.
그러나 ESG 성과 연동 보수 체계에는 과제도 존재한다. 비재무 지표의 정량화가 어렵고, 주관적 해석으로 인해 'ESG 워싱'이나 실제 경영 성과와 괴리된 보상 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2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 대규모 항공편 취소로 고객 불만이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CEO가 ESG 목표 달성을 이유로 급여가 증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국내 기업의 AX 전환과 보수 혁신 과제
국내 기업의 임원 보수 혁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기준 국내 코스피(KOSPI) 200 기업 중 임원 성과급과 ESG를 연계한 곳은 22%에 불과해, 사실상 전부가 ESG를 연계하는 해외 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인다. 다만, POSCO홀딩스는 친환경 사업 역량 강화 기여도를, SK텔레콤은 안전보건 분야 성과를 임원 보수 산정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등 모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X 시대에는 AI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즉, 기술 스펙보다는 '성과 설계 능력'이 AI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AX 전환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전문 인력 부족, 초기 투자 비용 부담,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성 문제 등으로 실제 AI 활용률은 제조업의 경우 20% 내외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원 보수 체계는 AX 성공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해야 한다. 단순히 AI 도입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내부 프로세스 혁신, 제품 및 서비스 고도화 등 AX의 구체적인 성과와 연동되는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향후 전망 및 독자를 위한 제언
AX 시대의 임원 보수 혁신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앞으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AX 전환의 목표와 연계된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재무적 성과를 넘어, AI 기반의 혁신, 데이터 활용률, 신기술 도입을 통한 효율성 증대, 그리고 ESG 성과 등 비재무적 가치 창출을 보상 체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보수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ESG 워싱'과 같은 논란을 피하고,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상 기준과 평가 과정을 명확히 공개하고 소통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 유치 및 유지를 위한 보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테슬라의 핵심 임원 스톡옵션 지급 사례처럼, AX 시대에 필요한 핵심 인재에게는 장기 성과와 연동된 매력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여 이들의 헌신과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정책 당국은 기업의 AX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비재무적 성과 지표의 표준화 및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기업들이 혼란 없이 보수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AX 시대의 임원 보수 혁신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임을 인지하고, 과감하고 선제적인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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