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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 왜 국민 지갑 열게 할까?

재경 마켓부 기자
소버린 AI
©AI 생성 이미지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의 핵심으로 떠오른 '소버린 AI' 구축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각국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쏟아부으며 인공지능(AI) 기술 자립을 외치지만, 이 거대한 흐름 뒤에는 국민이 감당해야 할 숨겨진 비용이 존재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소버린 AI는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필수 투자일까, 아니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새로운 짐이 될까.

'AI 주권' 확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

소버린 AI는 한 국가가 AI 모델, 데이터, 인프라, 인력 등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을 외부 의존 없이 독자적으로 통제하고 운영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 자립을 넘어, 자국의 법과 문화, 안보 요건을 반영한 독립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여 국가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국가는 고유한 AI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AI 기술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AI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자국 언어와 산업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델은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글로벌 AI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막대한 투자 비용, '주권 프리미엄'의 그림자

소버린 AI 구축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소버린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1%를 AI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중복 인프라 구축, 운영비 증가, 글로벌 서비스 대비 효율 저하 등 이른바 '주권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 정부 또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26년 연구개발(R&D) 예산은 35조 3천억 원으로 확정되었으며, 이 중 인공지능 분야 투자는 전년 대비 106.1% 증가한 2조 3천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되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예산 23조 7천억 원 중 약 5조 1천억 원을 AI 대전환에 투자할 계획이며, AI 인프라 구축에만 10조 1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약 2조 800억 원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 5천 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의 투자도 활발하여, SK텔레콤은 약 100조 원 규모의 하이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운영 권한까지 국가 관할 아래 두기 위함이며, AI 데이터센터는 최소 16MW에서 최대 50MW에 달하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여 전력 확보 또한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자리 변화와 'AI세' 논의, 새로운 재정 압박

소버린 AI 시대의 도래는 노동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자동화 기술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하며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맥킨지 데이터를 인용하여 2030년까지 AI 에이전트가 사무직 업무의 70%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는 S&P 500 기업들이 연간 1조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노동 소득 감소라는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일자리 변화는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재정은 노동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등 인간 노동에 기반한 세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세수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로봇세' 또는 'AI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2017년 로봇세 구상을 제기했으며, 국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로봇세를 거둬 국민 기본소득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AI세 도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나 로봇의 정의가 불명확하고, 과세가 혁신을 저해하며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 과세가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자본세 인상, 초과이익세 도입, 혁신 인센티브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현행 조세 체계가 AI와 같은 기술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비용 공제와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GDP 대비 정부 재정 수입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회복탄력성'과 현명한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소버린 AI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변화는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대부분 국가가 추진하는 'AI 풀스택 자급자족' 전략이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 글로벌 공급망 의존성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낮은 '환상'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민간 빅테크 기업 한 곳의 GPU 구매력이 국가 단위 인프라의 약 8배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완전한 기술 자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소버린 AI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통제해야 할 영역과 글로벌 협력을 활용할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 행정, 안보, 공공 데이터 및 핵심 인프라와 같이 국가 책임이 불가피한 영역은 독자적인 역량을 강화하되, GPU 확보나 민간 활용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분야는 글로벌 협력을 적극 활용하는 '자립과 연계' 전략이 중요하다.

또한, AI 기술의 소유보다 자국 내에서 AI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통제하는 'AI 회복탄력성(AI Resilience)' 확보가 더 효과적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민간 혁신을 저해하거나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모델을 강제하여 'AI 갈라파고스'로 전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소버린 AI는 기술의 독립성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의 응용력, 신뢰 기반의 설계 역량, 복잡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판단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AI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보편적 AI 교육을 확대하고, AI 시스템의 편향성, 개인정보 침해, 노동자 감시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규제 강화와 사회적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AI가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길을 모색하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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