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노동 시장의 중대한 변곡점인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AI 주권 확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이 두 현상이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와 일자리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AI 강국으로의 도약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은?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으로 결정되어, 2025년 최저임금 10,030원보다 2.9% 인상되었습니다. 이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선 2025년에 이어 또 한 번의 인상으로,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 6,270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노베이션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이 꼽은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 1위는 '최저임금 상승'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자동화 및 A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추세입니다. 외식업계에서는 조리 로봇, 서빙 로봇, 키오스크 등 자동화 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한 닭강정 전문점 사장은 월 95만 1천 원의 구독료를 내고 스마트 튀김기를 도입하여 최소 2명분의 인건비를 절약하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단순 수작업 인력 대신 기술 설계, 관리, 기획 등 고숙련 분야의 직원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운용 전략을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일자리를 로봇과 AI가 대체하며 오히려 전체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숙련 인력과 저숙련 인력 간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면서 숙련 인력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산업 현장을 떠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AI 주권 경쟁 심화,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는?
'소버린 AI(Sovereign AI)'는 한 국가가 자국의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직접 통제하고 주도적으로 발전시키는 개념입니다. 이는 국가 안보와 경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을 피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AI 패권 경쟁 속에서 'AI 3강' 도약을 목표로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FM) 개발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데이터센터, 한국형 거대언어모델(K-LLM), 제조 AI를 결합한 '인프라-플랫폼형 소버린 AI 중견국 모델'을 지향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영국 시장조사 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AI Index'에서는 6위로 평가되었으나, 2025년 12월 영국 옵서버가 공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5'에서는 5위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2025년 9월 FDi 인텔리전스와 2026년 1월 '아티피셜스(Artificials)'의 최신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권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는 한국의 AI 모델들이 '성능', '속도', '비용' 측면에서 높은 '가성비'와 '효율성'을 입증하며 글로벌 벤치마킹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ICT 인프라와 AI 친화적인 사용자 기반, 정부와 주요 기업의 AI 중요성 인식 또한 AI 생태계 성장의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AI의 과제도 명확합니다. AI 전문 인력 부족, 민간 투자 수준의 저조 및 감소 추세, 생성형 AI 기술 격차,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 등이 지적됩니다. 특히 중소 IT 기업들은 대기업 개발자 연봉을 맞춰주기 어려워 AI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조차 AI 투자 확대를 위해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AI 불신 문제와 AI 시스템의 편향성, 개인정보 침해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규제 강화와 사회적 논의도 지속해야 합니다.
▲ 인건비 상승과 AI 주권, 두 마리 토끼 잡을 해법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은 기업들로 하여금 자동화 및 AI 도입을 가속화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AI 솔루션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고 디지털 전환(DX)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을 위한 자동화에 머무른다면, 국가적 AI 경쟁력의 핵심인 독창적이고 고도화된 AI 기술 개발, 즉 'AI 주권' 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AI 주권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 핵심 인재 양성, 원천 기술 개발, 그리고 AI 생태계 전반의 혁신 역량 강화에서 비롯됩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전반적인 노동 비용 증가는 AI 분야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데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숙련 인력의 이탈은 AI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고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AI 주권 확보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AI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예를 들어, AI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R&D 세액 공제 확대, AI 전문 인력 채용 보조금 지원, 그리고 AI 인프라(GPU 등) 공유 및 지원을 통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결론: 균형 잡힌 정책으로 AI 강국 도약의 기회를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는 노동 시장의 변화를 넘어, AI 기술 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인건비 상승이 촉발하는 자동화 수요를 국내 AI 산업 성장의 기회로 삼으면서도, AI 주권 확보를 위한 핵심 역량 강화에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보편적 AI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별 AI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또한, AI 시스템의 편향성, 개인정보 침해, 노동자 감시 등 AI 개발 및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규제 강화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AI 기술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고부가가치 AI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숙련 인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유연한 임금 체계를 모색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AI 주권 확보의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로운 정책과 민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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