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26회계연도 본예산이 11년 만에 회계연도 시작일 이후 국회를 통과했다.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은 조기 총선으로 인한 심의 일정 차질과 참의원 내 야당과의 견제 속에서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22조 3천억 엔으로 확정된 본예산은 사회보장 및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려 글로벌 시장에 일본의 재정 건전성 우려와 정책 방향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 기록적 예산 통과와 11년 만의 지연
일본 정부의 2026회계연도 본예산이 4월 7일 국회를 통과했다. 2026년 4월부터 2027년 3월까지 적용되는 이 예산안은 2015년 이후 11년 만에 회계연도 개시일인 4월 1일을 넘겨 최종 가결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일본 현지 언론인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예산안이 가결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지연 통과의 주된 원인은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결정에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월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면서 예산 심의 일정이 크게 꼬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기 총선 결정은 총리의 공격적인 재정 부양책에 대한 국민적 신임을 얻고, 집권 자민당의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의원에서는 지난 3월 13일 다카이치 총리의 의중을 반영해 예산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과반수에 4석 미달하는 참의원에서는 야당이 충분한 심의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는 3월 30일 임시예산을 편성해야 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로이터는 다카이치 총리의 조기 총선 결정이 국채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의 의회 승인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일본이 "재정 절벽"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 사상 최대 지출 규모, 재정 압박 심화
이번 2026회계연도 본예산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22조 3천억 엔(약 1,148조 원) 규모이다. 이는 2025회계연도보다 약 7조 엔(약 65조 원) 증가한 수치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대규모 지출은 일본의 고령화 심화와 안보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세부 내용을 보면, 의료와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비는 39조 1천억 엔(약 367조 원)으로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니폰닷컴은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을 반영하여 사회보장 지출이 전체 지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국채 원리금 상환에 드는 국채비는 31조 3천억 엔(약 29조 1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조 엔을 넘어섰다. 이는 제로금리 정책의 종료와 함께 국가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이미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규모 지출이 공공 부채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지적했다.
방위비는 9조 엔(약 84조 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미국소리방송(VOA)은 일본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지출과 함께 역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2년에 국방 지출을 2027년까지 GDP의 2%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번 예산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국방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렵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서에서 강조하며,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역설했다. 여기에는 탄도 미사일 위성 정보 수집 시스템 구축과 자위대 모집 강화 조치 등이 포함된다.
▲ 글로벌 파장 및 향후 전망
일본의 이번 예산 편성과 통과 지연은 국제사회와 금융 시장에 여러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대규모 국방비 증액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직면하여 일본이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내포한다. 동시에, 전례 없는 규모의 사회보장비는 인구 고령화라는 전 세계적 도전과제에 대한 일본의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규모 지출 정책이 일본의 공공 부채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며, 이미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을 가진 일본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재팬 투데이는 정부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29조 5천8백억 엔 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이는 G7 국가 중 최악의 재정 건전성을 가진 일본의 부채 의존도를 강조한다. 이러한 재정 부담은 향후 엔화 환율 변동성, 국채 금리 상승 압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다카이치 총리의 공격적인 재정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금융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월 8일 조기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슈퍼 과반수를 확보했다. 이러한 강력한 정치적 기반은 그녀가 경제 및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참의원에서 연립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력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급증하는 국채 발행과 그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는 다카이치 정권이 지속적으로 직면해야 할 핵심 과제로 남는다. 일본 정부는 늘어나는 에너지 및 기타 비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예산 편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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