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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외면 왜? 가계 저축률 급증의 반전

재경 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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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가 소득 중 소비로 이어지는 한계소비성향(MPC)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내수 시장에 깊은 한숨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물가 고착화와 미래 불확실성 증대는 가계의 지갑을 굳게 닫게 만들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사상 유례없는 저축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한계소비성향 쇼크: 소비 절벽의 심화

한계소비성향(MPC)은 소득이 한 단위 증가할 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통상 0과 1 사이의 값으로 표현되며, 0에 가까울수록 추가 소득 대부분을 저축하고, 1에 가까울수록 대부분을 소비한다는 의미이다. 경기 활성화에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이 한계소비성향이 최근 들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추가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가 현재의 소득 증가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저축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MPC 쇼크는 고물가 고착화와 미래 경제에 대한 깊어진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저축보다는 현물을 미리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 한계소비성향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단순한 인플레이션과 다르다. 만성적인 고물가 속에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가계는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비상 자금을 확보하려는 방어적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이 4년 반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으며, 2개 분기 연속 줄어드는 등 소비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질소득 또한 5분기 만에 증가세가 멈추면서 가계의 구매력은 더욱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 '불확실성 저축'의 역설: 가계 저축률 급증의 이면

한계소비성향이 낮아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한계저축성향(MPS)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계저축성향은 추가 소득 중 저축으로 이어지는 금액의 비율로, MPC와 MPS의 합은 항상 1이다. 즉, 소비를 줄이면 저축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현재 나타나는 가계 저축률의 비정상적인 증가는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극도로 자제하는 '불확실성 저축'의 성격이 강하다.

가계는 고물가로 인해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고,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 정체까지 겪으면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의 장기화는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의 '3고(高)' 복합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가계의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역시 커지면서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가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으로 돌리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러한 저축은 생산적인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단순한 현금 보유나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면서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과거 팬데믹 시기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한계소비성향이 26.2~36.1% 수준을 기록하며 기대만큼의 소비 진작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이는 당시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심리가 강했음을 보여준다.

▲ 장기 저성장 경고등, 정책적 해법은?

한계소비성향 쇼크와 가계 저축률의 역설적 증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이며, 소비 위축은 기업 매출 감소, 생산 위축, 고용 축소,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환의 강도가 약해질수록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가계의 경제 심리를 회복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부는 고물가 고착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 노력과 함께 투기적 요인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보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정교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등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여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주택 공급 확대 등 가계의 미래 불안 요인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계 스스로도 단기적 유동성 확보를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관리와 재테크 전략을 재정비하여, 저축이 단순히 묶여 있는 돈이 아닌 생산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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