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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토, 비자 혁명 왜 지금인가?

재경 마켓부 기자
디지털 영토, 비자 혁명 왜 지금인가?
©AI 생성 이미지 제공

 

올해 아세안과 유럽연합(EU)이 공동 원격 근무 비자 모델을 발표하며 글로벌 노동 시장에 일대 변혁이 예고됐다. 이는 단순히 이동의 자유를 넘어, 국가의 주권과 조세 체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디지털 영토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 비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최근 글로벌 노동 시장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국경을 초월한 인재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세안과 EU가 공동으로 통용되는 원격 근무 비자 모델을 발표한 것은 획기적인 전환점이다. 그간 각국이 개별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도입해왔으나, 이처럼 거대 경제 블록이 공동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모델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두 블록 내 여러 국가에서 체류하며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디지털 노마드들의 실질적인 이동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공동 비자 모델은 특히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와 체류 기간 연장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숙련 디지털 인재들이 특정 지역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국경 없는 인재 풀에 접근할 수 있게 하여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블록 간 협력 모델은 향후 미주,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 경제 공동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전 세계 노동 시장의 유동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닌다.

▲ '디지털 영토권'의 부상: 조세 주권과 법적 쟁점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확산은 '디지털 영토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핵심 쟁점으로 부상시킨다. 물리적 국경에 기반한 전통적인 국가의 영토 개념과 달리, 디지털 영토권은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에 대한 법적, 조세적 관할권을 의미한다. 디지털 노마드가 여러 국가를 오가며 근무할 경우, 어느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사회보장 혜택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법적 분쟁 발생 시 어느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수년 전부터 디지털 경제에서의 과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디지털 노마드의 급증은 이 문제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노마드가 1년 중 3개월은 A국, 4개월은 B국, 5개월은 C국에서 머물며 소득을 창출했을 때, 각국의 거주자 정의와 세법에 따라 이중 과세 또는 과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각국의 조세 주권과 직결되는 문제로, 국제적인 조세 협약 및 사회보장 협정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고용 계약, 지적 재산권, 데이터 주권 등 다양한 법적 영역에서도 디지털 영토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적과 거주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만큼, 글로벌 차원의 표준화된 법적 프레임워크 없이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미래 노동 시장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 비자 확산과 디지털 영토권 논의는 미래 노동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변수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 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비자 발급을 넘어, 노마드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주거, 의료, 교육 등 생활 인프라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영토권 문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국제 조세 협정 및 사회보장 협정의 개정을 주도하거나, 최소한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국의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국내 세법 및 관련 법규를 정비하여 디지털 노마드들이 한국을 매력적인 '디지털 영토'로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세수 확보를 넘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한국에 유입되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국경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의 주권과 역할을 재정의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과감한 비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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