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등 해양 식생이 파도 에너지를 흡수하며 피해를 줄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자연과 구조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해양 방재 기술 개발에 나섰다. 갈수록 심화하는 해양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번 연구는 파랑 저감과 침식 방지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해양 식생, 재난 막는 자연의 방파제
2004년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쓰나미는 수만 명의 희생자를 낳으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거대한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해변 식생이 쓰나미의 강력한 에너지를 상당 부분 흡수하며 피해를 완화하는 '자연 방재' 기능을 수행했다. 당시 생존자들은 거친 파도 대신 밀물처럼 해수면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수준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의 복원력과 완충 능력에 주목한 학계에서는 해양 재해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공학적 접근과 더불어 자연 기반 솔루션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있다.
▲ KIOST, 자연과 기술 융합한 방재 솔루션 모색
국내 유일의 종합 해양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이러한 자연 방재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 식생과 공학적 구조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해양 방재 구조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해양 재해 발생 시 파도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줄여 해안 침식을 방지하고, 나아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IOST 관계자는 "자연과 구조물을 결합한 방재 기술은 이미 가능성이 확인된 단계"라며, "실제 해안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해양 과학기술, 국가 성장 동력으로 주목
KIOST는 해양 환경, 개발, 조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해양 현안을 연구하며 국가 해양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미지의 영역이자 막대한 자원과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동시에 해양 재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해양 과학기술은 전통적인 해양 산업의 고도화를 넘어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식품 등 국가 경제 전반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구 영역 역시 해양 자원 탐사, 해양 바이오, 기후 변화 대응, 해양 에너지, 수중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신산업, 재난·재해 예측 및 해양력 강화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 미래 보건·의료 분야, 해양 유래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
최근 슈퍼버그와 같은 감염병 위협에 대응할 새로운 치료 소재의 보고로서 해양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미래 보건·의료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해양 유래 물질이 주목받으면서, KIOST는 해양 생물로부터 질병 치료 소재를 개발하고 수산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신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현실과 유사한 해양 환경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정책 시뮬레이터 개발을 통해 어업 환경 변화 예측, 선박 활동 분석, 해양 생태계 민감도 평가 등 다양한 시나리오 실험 및 정책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여 위험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데이터 기반 해양 연구, 국가 주권 강화 및 정책 지원
KIOST는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수역에 대한 광역·정밀 탐사를 통해 해양 경계 획정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뒷받침하는 법리적 지원도 수행한다. 또한, 한반도 주변 수역에 대한 연구는 해군의 해역별 활동 지원에도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독도 주권 강화를 위해 20년간 독도 해역에 해양 관측 부이를 설치하고 수온, 해류를 실시간 관측하며, 연구선을 통한 해양 생물 분포 및 생태계 변화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 장기적 관점의 연구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 필요
이처럼 해양 분야는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 오염, 연안 침식, 탄소 중립 등 국가적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측과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연구 구조는 이러한 장기 연구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양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EU 98.6%, 일본 85.8%, 한국 80.1%, 중국 79.7% 수준으로 평가된다. KIOST 관계자는 "기초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안정적인 예산 배분과 중장기 연구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전문 연구 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해양 과학기술과 AI의 융복합을 통한 기술 도약을 이루고, 응용 연구 확대와 중장기 투자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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