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기존 당뇨병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 세포가 분비하는 'Wnt5a'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해 고혈당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체중 증가나 식습관 변화 등 명확한 원인 없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거나 기존 당뇨병이 급격히 심해지는 경우, 췌장암 발병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었다.
▲ 췌장암과 당뇨병
그동안 췌장암과 당뇨병 사이의 인과 관계는 의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임상 현장에서는 췌장암 진단 이전에 새로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당뇨병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관찰되었지만, 고혈당의 정확한 원인이 인슐린 저항성 때문인지, 혹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적 결함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 풀리지 않던 인과관계 규명
강남세브란스병원, 연세대 의대, 서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췌장암 세포가 분비하는 'Wnt5a'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여 고혈당과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췌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 160명(췌장암 환자 72명, 비췌장암 환자 88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포도당 대사 및 인슐린 분비 기능을 평가하고 비교 분석했다.
▲ Wnt5a 단백질
분석 결과, 췌장암 환자군은 수술 전에 비해 비췌장암 대조군보다 더 심한 고혈당(HbA1c 지표)과 현저히 저하된 인슐린 분비 기능(HOMA-β 지표)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수술 후 췌장암 환자군에서 고혈당이 더욱 뚜렷하게 개선되었으며, 췌장 절제에 따른 인슐린 분비 기능 감소 폭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이는 수술 전 췌장 종양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억제 인자가 혈당에 영향을 미쳤고, 종양 제거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췌장암 환자의 혈액에서는 'Wnt5a' 단백질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이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마비시켜 고혈당을 유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 단백질의 혈중 농도는 췌장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과 분자 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강신애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생긴 환자들에게서 췌장암을 조기에 의심해야 할 강력한 근거가 마련되었다"며, "본 연구에서 주목한 'Wnt5a' 단백질이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중요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 췌장암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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