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촉법소년 연령 논의, '하향' 넘어 '교화'와 '피해자 보호'로 확장

이겨례 기자
촉법소년 연령 논의, '하향' 넘어 '교화'와 '피해자 보호'로 확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조정 논의를 넘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의 효과적인 개입 방안과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독일의 피해자-가해자 조정 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교화 및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형사미성년자, 즉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라는 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6년 4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 제2차 공개포럼에서는 현행 소년사법 체계의 개선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 연령 하향 넘어선 국가 개입 및 신뢰 회복 방안 논의

주제 발표를 맡은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논의의 초점이 연령 조정 문제에서 벗어나 국가가 저연령 비행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소년을 보호하며,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지에 대한 관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든 연령 기준 변경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며, 각 국가는 사회의 문화적, 정서적 맥락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히 법적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아니라, 범죄 발생 이후 소년의 재사회화와 피해자 구제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 해외 사례로 본 소년사법 체계의 실효성 확보 방안

해외 사례들은 촉법소년 제도 운영에 있어 형사 규제와 교육, 피해자 보호를 병행하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일본의 경우, 고베 아동 연쇄살인 사건 이후 소년법 엄벌화가 강화되면서 촉법소년 검찰 이송 연령이 16세에서 14세로 낮아졌으나, 동시에 촉법소년을 곧바로 형사 절차로 진행하기보다 아동 상담소를 통해 전문가 상담, 훈계, 복지 조치, 시설 입소, 가정법원 송치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독일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와 회복을 지원하는 피해자-가해자 조정(TOA) 제도를 형사 절차 내에서 운영한다. 전문 조정인의 중재 아래 피해자 회복과 화해를 시도하며, 이러한 조정이 성립될 경우 검사는 기소를 유예하거나 법원은 처분을 감경할 수 있다. 이는 피해자 권리 보장과 소년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경우, 촉법소년 기준 연령이 10세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단계에서부터 '청소년 주의(youth caution)'와 같은 공식적인 비사법 처분을 활용한다.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었으나 기소가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부과되는 이 처분은 청소년이 가족 및 지역사회 개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 학교 현장과 사법 시스템 연계 강화 및 피해자 보호 강화

이어진 토론에서는 소년사법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이호욱 방학중학교 학교폭력책임교사는 "학교에서는 학생이 어떤 보호 처분을 받았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사법 제도와 공교육 제도의 연계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촉법소년 제도가 진정한 교화와 재사회화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법 절차의 종료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교육적 개입이 시작되는 기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임교사 등 필수 인력에 제한적으로나마 학생의 처분 결과와 교정에 필요한 참고 자료가 공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신혜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가해 소년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법의 엄중함을 깨닫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보호처분 중 사회봉사명령이나 보호관찰이 제재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소년원으로 송치된 경우에도 재범이 발생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따라서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적 규제 제도를 갖춘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촉법소년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주로 또래 청소년인데, 가해 소년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피해 해소가 어렵다며, 피해자가 사건 진행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의견 진술권, 절차 참여권, 피해자 통지 제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럼 현장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범죄 억제 효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책임에 대한 결과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아이들에 대한 억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이들이 법을 경시하는 이유 중 하나가 행동에 대한 결과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라며, 형량에 대한 확실한 기준 마련이 억제 효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 기준일은 2026년 4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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