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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환자 진료 거부 병원, 4억 원 배상 판결

이겨례 기자
응급실 환자 진료 거부 병원, 4억 원 배상 판결
©연합뉴스

 

생명이 위태로운 4살 아이의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119 응급의료 요청까지 거부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한 병원들이 유족에게 수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환자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병원에 원고 청구액의 70%에 해당하는 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9년 10월, 경남 양산 A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4살 김동희 군은 회복 과정에서 출혈 증세를 보여 부산 B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B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김 군은 상태가 악화되었으나, 해당 병원 응급실 의사는 김 군을 즉시 치료하지 않고 119 구급차에 인계하는 과정에서 진료 기록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 사건 개요 및 법원 판단

의식이 없는 김 군을 후송하던 119 구급대는 가장 가까운 A 병원으로 이동하며 소아 응급실과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A 병원은 '심폐소생 중인 응급환자가 있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취지로 사실상 김 군의 치료를 거부했다. 당시 수사 결과, A 병원 응급실에는 김 군의 치료를 기피할 만큼 위중한 다른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A 병원의 진료 거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

김 군을 태운 구급차는 결국 20km가량 떨어진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향했지만, 김 군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 해 3월 사망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A 병원이 응급환자 진료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점과 B 병원이 대리 당직 의사를 배치하고도 제대로 된 처치 없이 119 구급차에 환자를 인계한 점 모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 병원 측 과실 및 형사 재판 결과

이와는 별개로 진행된 형사 재판에서는 울산지법이 A 병원에 대해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1천만 원, A 병원 의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한 B 병원 의사에게는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이 각각 선고된 바 있다. 민사 재판에서의 과실 인정은 형사 재판에서 과실치사 혐의가 무죄로 나왔던 점을 고려할 때, 유족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 유족의 바람과 향후 과제

고 김동희 군의 어머니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형사 재판에서 과실치사 혐의가 무죄 나왔었는데 민사 재판에서 과실이 인정되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동희와 같은 의료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판결은 응급실 환자 진료 거부 관행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응급 의료 시스템의 취약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향후 유사한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병원들의 책임 의식 강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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