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해외 독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확산한다. 이민하 시인의 영문판 시집 '환상수족'은 번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의적 표현과 문화적 맥락의 차이를 극복하고 해외 독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민하 시인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시의 본질이 '읽히는 것'이 아닌 '느껴지는 것'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시가 가진 리듬과 언어의 질감이 단순한 텍스트의 해독을 넘어선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언어 장벽이 높은 해외 독자들에게 시가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시는 소설과 달리 서사적 구조보다는 함축적 의미와 심상에 기반하기 때문에 번역이 특히 까다로운 장르로 인식된다.
▲ 언어 장벽 넘어선 시의 본질
시집 '환상수족'의 영문판 출간 후 이 시인은 해외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시가 다른 나라에 소개될 때 현지 토양과 기후에 영향을 받는 식물처럼 변모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번역가에게 원문의 엄격한 직역보다는 자유로운 해석을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시집의 첫 시 '열리는 문: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온 찢어진 비둘기, 구름을 쪼며 질주하는 잉크빛 혈관'은 한국어 원문의 이중적 의미를 영문으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문(文)'과 '문(門)'의 중의적 표현은 영문 번역에서 두 문장으로 풀어쓰는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 번역 과정의 문화적 뉘앙스 탐색
번역 과정에서는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이 고려되었다. 특정 색을 지칭하는 단어가 미국 사회에서는 정치적, 역사적 맥락으로 인해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적 뉘앙스를 고려하여 번역가가 수정을 요청했으나, 최종 영문판에서는 원문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번역가가 원작의 의도를 존중하면서도 현지 독자의 정서를 고려하는 고심의 과정을 보여준다. '환상수족'에 수록된 강렬한 이미지는 미술 등 다른 예술 장르와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 시인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시 구절과 결합된 이미지를 접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해외 독자와의 접점 모색
이민하 시인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한국문학번역원과 LA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한국문학: 사랑과 미래의 언어' 행사에 참여하고 LA타임스 도서축제에도 참가하는 등 해외 독자와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는 영문판 출간 이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해외 독자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외 팬들과의 교류는 시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감성을 공유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향후에도 시가 해외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떤 방식으로 '느껴질'지에 대한 연구와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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