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발 유가 충격에 1분기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 심화 | 중앙은행 수장 교체기 정책 공백 우려 확산

윤근일 기자
중동발 유가 충격에 1분기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 심화 | 중앙은행 수장 교체기 정책 공백 우려 확산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중동 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 상승과 고물가라는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하며 성장 동력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중앙은행 수장의 임기 만료와 후임자 인선 과정에서의 진통이 겹친 가운데 국가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대외 변수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가시화되면서 정책 당국의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며 한국 경제의 성적표를 공개한다. 당초 금융권과 정책 당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육박하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낙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 특히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유가 상승은 생산 비용 증대와 소비 위축으로 직결된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특히 중동발 충격파는 단순한 심리적 요인을 넘어 실질적인 거시경제 지표의 악화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물가 상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이는 민간 소비의 둔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될 1분기 GDP 수치는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의 파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잣대가 될 전망이다.

▲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및 생산자물가 상방 압력 점검

물가 지표 또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오는 22일 발표 예정인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국제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이란 전쟁 등으로 유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내 생산 현장의 원가 부담을 높임에 따라, 향후 소비자물가 안정화 경로에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생산자물가의 큰 폭 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공 단계별로 파급되면서 공업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물가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도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물 경제의 회복 속도를 늦추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위험이 크다.

▲ 중앙은행 수장 교체기 정책 공백 우려와 인사 현안

중앙은행의 수장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경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4월 20일 임기 만료와 함께 퇴임할 예정이지만, 후임자로 내정된 신현송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장녀 위장전입 및 불법 여권발급 의혹 등이 쟁점이 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여야는 이창용 총재의 퇴임일인 20일 오후에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신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합의가 결렬될 경우 통화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는 사상 초유의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정책 수장의 부재는 시장에 불안 신호를 줄 수 있으며,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출생아 수 반등 흐름 지속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어두운 경제 전망 속에서도 인구 동향 지표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할 2월 인구동향에서는 출생아 수 증가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 6,916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11.7% 증가하며 7년 만에 1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2024년 7월 이후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고무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반등 흐름은 30대 인구의 가시적인 증가와 결혼 건수 회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통계청과 관계 기관은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내수 기반 확충과 경제 활력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적 소멸 위기론이 대두되던 시점에서 나타난 출생아 수의 견조한 증가세는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금융 당국은 민생 안정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로 제2차 금융소비자보호 자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복잡한 금융상품 설명 방식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앞선 1차 회의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환불 비율 상향과 유료 주식정보 서비스 영업 관행 개선을 이끌어냈던 만큼, 이번에도 소비자 중심의 감독 혁신안이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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