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매매가 0.00% 보합 전환 속 전셋값 21개월 연속 상승 랠리

정휘 기자
매매가 0.00% 보합 전환 속 전셋값 21개월 연속 상승 랠리
©연합뉴스

 

부산 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이 정부의 주택 규제 강화와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주요 인기 지역인 수영구를 중심으로 매매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전세 시장은 실수요 중심의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며 역대 최장기간 상승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매매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며 전세로 머무르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주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부산 아파트 매매 시장의 견조했던 상승 흐름이 멈춰 서며 시장 전체가 짙은 관망세에 휩싸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0%를 기록하며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10월 넷째 주부터 시작되어 19주 동안이나 이어져 온 연속 상승 행진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음을 의미한다. 부산의 주택 가격은 5개월 만인 지난 3월 셋째 주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멈춘 이후, 약 한 달 동안 0.00%에서 0.01% 사이를 오가며 극도로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부산 주택 시장의 상승을 견인해 왔던 주요 상급지의 변화다. 그간 자산 가치 상승폭이 가장 가팔랐던 수영구의 경우, 3월 넷째 주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된 이후 이번 조사 기간까지 4주 연속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이번 주 수영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직전 주 대비 0.03% 하락하며 조정 강도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원도심 일부 지역과 북구를 제외한 서부산권 전역에서도 하락세가 관측되며 부산 전역의 매수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었음을 보여준다.

▲ 매매가 19주 연속 상승 마감과 지역별 하락 전환 현상

시장의 이러한 급격한 분위기 변화는 내부적인 정책 요인과 외부적인 거시 경제 위기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정부가 주택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내놓은 규제 강화 조치들이 시장에 본격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세제 압박은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매수 결정까지 늦추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 중동 전쟁 등 해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부동산과 같은 고가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부산의 매매 시장이 단기간에 다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전쟁 위기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시장을 지켜보는 유보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수영구와 해운대구 등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지역일수록 이와 같은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전체적인 보합세와 일부 지역의 하락세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 중동 전쟁발 투자 심리 위축과 정부 규제의 복합 작용

반면 매매 시장의 침체와는 대조적으로 전세 시장은 전례 없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부산의 아파트 전셋값은 직전 주보다 0.08% 상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무려 2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상승 랠리로,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매매를 포기하거나 미룬 가구들이 대거 전세 시장에 머물게 되면서 전세 매물은 갈수록 희귀해지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형국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정주 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전세가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수영구는 민락동과 광안동의 신축 대단지 및 주거 환경이 양호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0.19% 상승했다. 동래구 역시 전통적인 선호 지역인 온천동과 사직동의 중소형 평형을 위주로 0.19%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제구 또한 연산동과 거제동 일대에서 학군과 교통이 편리한 단지들이 상승세를 주도하며 0.18%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생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전세 수요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21개월째 멈추지 않는 전셋값 상승과 정주 여건의 영향

전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실수요자들의 주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향후 매매 가격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 수요가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전세 거주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매수로 전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강력한 규제와 대외적 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전환보다는 전세 시장 내에서의 가격 전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적으로 볼 때 부산 아파트 시장은 매매 시장의 '빙하기'와 전세 시장의 '불장'이 공존하는 기이한 디커플링 현상을 겪고 있다. 수영구와 서부산권의 매매가 하락은 일시적인 조정일 수도 있으나, 장기적인 보합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줄어드는 지점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주거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은 향후 공급 물량과 거시 경제 변동에 따라 이러한 보합세와 전세 상승세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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