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세금 내는데 투명인간 취급? 6·3 지방선거 앞둔 중국동포 유권자들의 호소

김영 기자
세금 내는데 투명인간 취급? 6·3 지방선거 앞둔 중국동포 유권자들의 호소
©연합뉴스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중국동포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소외와 사회적 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영주권자에게 부여된 참정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기 일쑤이며, 고유가 지원 등 민생 대책에서도 외면받는 실정이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창업과 자격증 취득에 나서는 이들의 분투와 사회 통합을 향한 헌신적인 나눔 활동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문화 포용 과제를 선명히 드러낸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국내에 거주하며 투표권을 가진 중국동포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깊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부여된 지방선거 투표권은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선거 국면에서 중국동포들의 구체적인 현안이나 복지 요구가 공약으로 반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정치는 여전히 높은 벽으로 존재하며, 선거철에만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소모적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지방선거 참정권의 허울과 제도적 사각지대 실태

정치적 소외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민생 지원 정책에서의 배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과 재외동포신문의 자료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에서 시행된 민생 지원 대책에서 중국동포를 포함한 귀환동포들이 제외되면서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고려인과 중국동포들은 자신들이 한국 경제 활동에 기여하고 세금을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위기 시 국가의 보호망에서 빠지는 것에 대해 명확한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사각지대는 중국동포들이 한국 사회의 완전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중국 내부의 정치적 변화 또한 국내 중국동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kw.co.kr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에서 시행되는 '민족단결법'이 오히려 조선족들의 한국행을 촉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압박하는 법적 환경을 피해 모국인 한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한국 내에서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특히 F-4(재외동포) 비자 등 체류 자격 변경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격 변경이 되지 않아 법적 불안정성 속에 놓인 중국동포들의 고충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 차별 극복을 위한 경제적 자구책과 체류 자격의 한계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중국동포들의 경제 활동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연합뉴스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국동포들은 직장 내에서 겪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고용주가 되는 ‘창업’을 선택하거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국가 기술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타인에 의한 고용 시장에서 겪는 불이익을 실력과 자본으로 돌파하려는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업체는 지역 내에서 여전히 편견 섞인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별받는 현실 속에서도 중국동포 사회는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영등포신문의 보도처럼 "함께라서 좋은 대림"을 만들기 위한 민간 주도의 업무 협약이 대표적이다. 중국동포총연합회와 '지혜의밭'이 체결한 협약은 민간 차원에서 지역 사회의 안전과 상생을 도모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의 주도가 아닌, 중국동포들이 스스로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융화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자발적 움직임은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나눔과 상생으로 증명하는 사회 구성원의 가치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 사건은 중국동포들의 숭고한 희생과 나눔이다. 한겨레와 재외동포신문이 보도한 사례에 따르면, 한국에서 20년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 온 한 중국동포가 뇌사 상태에 빠진 뒤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마지막 선물'은 중국동포들이 한국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존재임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성실한 납세와 지역 사회 기여, 그리고 생명 나눔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보여준 행보는 단순한 체류 외국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구성원으로서의 면모를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중국동포들이 호소하는 '투명인간'의 삶을 끝내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포용과 인식의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2026년 04월 19일 현재, 국내 체류 중국동포 사회는 양적인 팽창을 넘어 질적인 사회 통합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지방선거 유권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보장, 체류 자격 부여 과정의 투명성 제고, 그리고 고유가 지원과 같은 보편적 복지 체계에서의 형평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중국동포의 사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으며,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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