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최근 1년 사이 눈에 띄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환경 보호를 위한 불편 감수보다 생활의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20대와 남성을 중심으로 강화됐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가시적 성과가 없는 환경 담론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 사이에서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과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5 국민환경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3,008명 중 83.5%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수치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하락세를 나타낸다.
▲ 기후변화 심각성 및 개인적 중요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약화
실제로 사회 전반의 기후변화 심각성 인식은 2022년 89.5%, 2023년 88.4%, 2024년 88.6%로 80%대 후반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년 대비 5.1%포인트 하락하며 8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응답자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의 하락 폭은 더욱 컸다. 2024년 66.5%까지 치솟았던 개인적 심각성 인식은 이번 조사에서 57.9%로 집계되어 1년 만에 8.6%포인트 급감했다. 기후변화가 본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묻는 항목에서도 중요하다는 응답이 79.3%로 나타나 전년의 83.7%보다 4.4%포인트 감소하며 전반적인 문제의식이 약화되었음을 시사했다.
▲ 친환경 행동 실천 의지 감소와 세대간 가치관 격차 확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는 실제 행동 실천 의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적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자는 54.2%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8년 당시 70.5%였던 것과 비교하면 16.3%포인트나 급감한 수치다. 반면 생활의 편리함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2018년 12.0%에서 이번 조사 23.2%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인구 집단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의 경우 편리함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36.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으며, 친환경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38.3%에 그쳐 60대의 72.1%와 큰 대조를 이뤘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되었는데, 남성은 편리함 우선 응답이 28.7%로 여성의 17.6%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요인을 지목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불안, 높은 실업률 등 경제적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당장의 생활 편의를 희생하며 환경 보호에 동참할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오랜 기간 지속된 기후 담론이 가시적인 환경 개선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점도 행동 의지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원인에 대해서도 인간 활동이 주원인이라는 응답이 56.3%에 머물렀고, 자연적인 변화라고 답한 비율이 24.8%에 달해 과학적 사실과 대중의 인식 사이에도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기후 재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가계 경제적 부담 가중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심리적 거리감이 멀어지는 경향이 포착되었다. 미래세대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응답은 88.3%로 여전히 높았으나, 나 자신이나 내 가족 등 응답자와 가까운 대상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인식은 전년 대비 각각 5.3%포인트와 4.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기후위기의 위협이 나에게는 직접적으로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편향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대한 감정적 대응에서도 남성은 무관심을 느끼는 비율이 31.5%로 여성보다 높았으며, 특히 미안함이라는 감정에서 남녀 간 13.2%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였다.
한편 기후변화는 실제 가계 지출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출이 늘어난 항목으로 냉난방비와 가스비 등 에너지 요금을 꼽은 응답자가 70.2%로 가장 많았으며, 식료품비가 65.3%로 뒤를 이었다. 이는 기후 문제가 심화될수록 에너지와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여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기후 인식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고 친환경 행동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정책적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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