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는 특정 지역 내 경제적 통합을 강화하며 세계화와 대립 혹은 보완 관계를 형성한다. 무역 전환 효과와 역내 결속 강화라는 양면성을 지닌 지역주의는 다자간 무역 체제의 약화와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화가 국경 없는 무역과 범지구적 가치사슬 확장을 지향한다면, 지역주의는 인접 국가 간의 배타적 경제 협력을 우선시한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관세동맹으로 대표되는 경제 블록화는 역내 국가 간 관세 철폐와 규제 완화를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보편적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세계화의 가치와 충돌하며 국제 경제 질서의 재편을 강요하고 있다.
▲ 경제 블록화의 확산과 무역 전환 효과의 본질
지역주의 강화는 무역 창출 효과와 무역 전환 효과라는 두 가지 상반된 결과를 도출한다. 역내 회원국 간의 교역 장벽이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무역 창출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역외 국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장벽을 유지함으로써 효율성이 높은 외부 자원 대신 역내 자원을 선택하게 만드는 무역 전환 효과는 전 지구적 차원의 최적 자원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는 특정 지역의 경제적 번영이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담보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시사한다.
▲ 다자주의 체제의 균열과 지역주의의 전략적 부상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 체제가 의사결정의 지연과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추진력을 잃으면서 지역주의는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국가들은 복잡한 다자간 합의 대신 실리가 확실한 소수 국가와의 신속한 협상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 기술 보호라는 안보 논리와 결합하며 '프렌드 쇼어링'과 같은 배타적 경제 연합체 형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자주의의 보편적 규범은 약화되고, 각 지역 블록 간의 규제 파편화가 심화되는 추세다.
▲ 세계 경제 분절화 대응을 위한 공존의 메커니즘
지역주의와 세계화의 공존을 위해서는 지역 블록의 개방성 유지가 필수적이다. 배타적 이익 집단화를 지양하고 지역 간 협력을 연결하는 개방적 지역주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다자주의 체제의 개혁을 통해 지역주의가 세계화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제적 표준과 규범을 재정립해야 한다. 경제적 분절화가 가져올 고비용 구조와 저성장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내 통합의 성과가 역외로 전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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