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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나와 대기업 다녀도 결국 문송... 인문계 직장인들의 씁쓸한 현실

이겨례 기자
법대 나와 대기업 다녀도 결국 문송... 인문계 직장인들의 씁쓸한 현실
©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로 화이트칼라 직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 위기에 처하면서 인문계 전공자들의 고용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취업 시장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했던 상경 및 법학 전공 대기업 종사자들까지 전문직 자격증 시험으로 눈을 돌리는 등 인력 시장의 대대적인 재편이 관측된다. 인문계 기피 현상을 넘어 기존 종사자들의 탈출 행렬은 한국 사회의 고착화된 직업관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의 신조어 '문송합니다'가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선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 인문계 졸업생들의 주된 진출 경로였던 경영 지원, 인사, 마케팅, 기획 직무가 AI 툴에 의해 대체되거나 효율화되면서 기업 내 인문계 인력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는 추세다.

특히 2026년 04월 20일 현재, 기업 현장에서는 단순 사무직을 넘어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화이트칼라 영역에서도 AI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법률 검토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AI 솔루션들이 현업에 배치되면서, 인문계 출신 직장인들은 자신의 고유 역량이 기술에 의해 잠식당하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규 채용 시장뿐만 아니라 이미 자리를 잡은 경력직들에게도 심리적,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와 화이트칼라 직군 점유율 잠식

인문계 전공자들의 불안감은 이른바 '엘리트' 경로를 밟은 이들에게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법학을 전공하고 유수의 대기업에 입사한 직장인들조차 현재의 지위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출구를 찾고 있다.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많은 인문계 직장인이 퇴근 후 노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직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험 생활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기업 내 직무 불안정성이 심화함에 따라 개인의 자격 증명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권한'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기업 법무팀이나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인력 중 상당수가 업무 시간 외에 학원을 찾거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기업 내 승진이나 연봉 협상을 위한 자기계발이 주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언제든 회사를 나갈 수 있는 준비'를 마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인문계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고용 시장의 냉기가 단순히 일시적인 불황이 아닌, 기술 변혁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는 점을 방증한다.

▲ 전문직 자격증으로 몰리는 인문계 엘리트와 노동 시장의 양극화

이러한 현상은 '문송'을 넘어 '컴송(컴퓨터공학이라 죄송)', '의송(의대라서 죄송)' 등 직종별 불안이 확산하는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은 AI의 발전 속도가 예측을 뛰어넘으면서 기술직군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문계 전공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프레시안의 분석에 따르면, AI 신드롬 속에서 인문학적 사고방식이나 기획력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반면,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은 즉각적인 성과로 연결된다는 편견이 인문계 인력의 가치를 저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설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전자신문과 영남일보 등은 AI 시대가 심화할수록 오히려 인문학적 통찰이 중요해지는 '반전'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AI가 정답을 내놓는 도구가 된다면, 인간의 역할은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획력'과 '비판적 사고력'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송'에서 '문행(문학을 행함)'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기술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인문학적 믿음에 근거한다.

▲ 기술 과잉 시대의 인문학적 가치 재정립과 제도적 과제

결국 인문계 직장인들이 마주한 위기는 교육 시스템과 노동 시장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학 교육은 여전히 전통적인 학문 체계에 머물러 있는 반면, 기업은 즉각적인 기술 활용 능력을 요구한다. 정부와 교육계는 인문계 전공자들이 AI 기술을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은 인문계 인력이 보유한 고유의 소통 능력과 갈등 조정 역량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직무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직장인 개개인의 차원에서도 변화는 필수적이다. 단순히 전문직 자격증에 매몰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인문학적 기반 위에 데이터 문해력을 쌓는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AI가 도출한 결과물을 인간 사회의 맥락에서 해석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송' 현상은 기술 대전환기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가 실질적인 생존 전략으로 진화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도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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