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장내 환경이 무균 상태라는 기존의 의학적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보건 의료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출생 직후 배출되는 태변에서 광범위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확인되면서, 영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약물 저항성 형성 과정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감염 관리 전략의 재수립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신생아는 외부 세균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무균 상태로 태어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출생 후 단 몇 시간 만에 장내에서 다수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보건 위협 중 하나인 항생제 내성 문제가 생애 초기 단계인 태아기 또는 출생 직후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특히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영아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은 의료 환경 내에서의 조기 감염 관리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 신생아 장내 무균 가설 뒤집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 검출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의 엘리아스 이오시피디스 교수팀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유럽임상미생물감염병학회에서 신생아의 장내 항생제 내성 유전자(ARGs) 분포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 입원한 영아 105명을 대상으로 출생 후 72시간 이내에 배출된 태변 샘플을 정밀 분석하였다. 태변은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 있을 때 형성되어 출생 후 처음으로 배출하는 대변으로, 그간 학계에서는 이를 외부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기존의 학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조사 대상 신생아 대다수의 장내에서 이미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적 패턴이 형성되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보유하는 DNA의 일종으로, 이러한 유전자를 가진 세균에 감염될 경우 일반적인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생애 초기부터 이러한 임상적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최후의 보루 카바페넴 저항 유전자 포함 56종 정밀 분석
구체적인 분석 지표를 살펴보면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임상 현장에서 흔히 처방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인 oqxA와 qnrS는 각각 전체 태변 샘플의 98%와 96%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검출되었다.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신생아가 태어날 때부터 특정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강력한 항생제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인 베타-락타마제(beta-lactamase)와 관련된 유전자 3종 역시 높은 빈도로 발견되었다. 구체적으로 blaCTX-M은 55%, blaCMY는 51%, blaSHV는 39%의 샘플에서 확인되며 광범위한 내성 분포를 보였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의료계에서 최후의 치료제로 분류하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까지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전체 샘플의 21%에서 카바페넴 저항 관련 유전자가 확인되었으며, 개별 신생아의 태변 샘플당 평균적으로 8개의 서로 다른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신생아가 외부 환경과 접촉한 시간이 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복합적인 약물 저항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를 주도한 아르기로 프테르기오티 박사는 생애 초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내성 유전자 축적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 모체 및 병원 환경 노출 경로 추적과 의료 체계 시사점
이처럼 신생아의 장내에 조기에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정착하게 되는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지목된다. 첫 번째는 임신 기간 중 모체로부터 전달되는 경로이며, 두 번째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전이, 마지막으로는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같은 초기 병원 환경에서의 노출이다. 이번 연구는 신생아 장내 환경 형성에 병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로 기록되었으며, 초기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보유가 향후 영유아의 장내 미생물군 발달과 감염 질환 발생 위험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한 추가적인 추적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신생아 치료 과정에서의 감염 예방 및 관리 지침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신생아기부터 형성된 내성 유전자는 향후 성장 과정에서 항생제 치료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내 내성균 확산의 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위생 관리 강화와 더불어 모체의 항생제 사용 이력이 신생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향후 공중보건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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