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와 에너지 등 국내 주요 산업군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대형주들이 견고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코스피 지수의 상단 돌파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잡음보다 기업의 실적 성장에 주목하며 비중 확대 전략을 조언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시선이 다시금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설정한 2주간의 휴전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통상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여 주식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는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산업의 팽창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이 맞물리며 주도주들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 지정학적 위기 압도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2026년 4월 20일 한국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전 10시 50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3.19% 상승한 116만 4,000원에 거래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 10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이후 17일 하루 짧은 조정을 거치고 다시 반등에 성공한 수치다. 현재 주가는 직전 장중 최고가인 117만 3,000원과 불과 1만 원 미만의 격차를 두고 있어 신고가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강세의 핵심 배경에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발행한 13개 주요 증권사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조 4,875억 원으로 산출되었다. 이는 직전 분기 영업이익인 19조 1,696억 원과 비교했을 때 약 두 배에 가까운 수치로, 시장에서는 '역대급 실적'에 대한 확신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이번 1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으며, 다음 분기에는 더욱 강력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17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기술적 우위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실적 중심의 주도주 다변화 현상 뚜렷
반도체뿐만 아니라 실적과 수주 모멘텀을 보유한 다른 주도주들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 업종의 대표주인 HD현대중공업은 같은 시각 1.17%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고, 금융 대장주인 KB금융 역시 0.06%의 오름세를 유지하며 하방 경직성을 증명했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0.65% 하락 중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추세 하락이 아닌 단기 변동성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동 분쟁이 종식될 경우 본격적인 재건 사업과 수주 확대가 기대되는 에너지 및 건설 관련 종목들에 매수세가 집중되는 점이 특징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4.79% 급등했으며, 배터리 부문의 삼성SDI는 6.04%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또한 0.17% 상승하며 향후 해외 수주 모멘텀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이는 단순한 반등을 넘어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업종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 과정에서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으나, 결국 종전이라는 큰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시장의 핵심은 실적과 기초여건(펀더멘털)의 동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반도체를 포함해 실적과 수주 동력이 확인되는 에너지, 화장품, 의류, 증권 업종 등에 대해서는 경기 악화나 실적 전망의 급격한 하향이 없는 한 비중 확대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 증권가 전망과 투자 유의 사항
향후 코스피 지수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현대차,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들의 실적이 지수 향방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실적 발표 직후 호재가 선반영되었다는 인식으로 인해 '셀온(Sell-on)'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적 수치 자체뿐만 아니라 향후 가이드라인과 시장의 수급 상황을 동시에 모니터링해야 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장은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보다 내부의 이익 성장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형적인 실적 장세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그만큼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성이 강화되었음을 방증한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뉴스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업의 분기 실적 추이와 공급망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관련 부품·장비주들에게도 지속적인 우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와 건설 섹터 역시 중동 정세의 변화에 따라 수주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 시장의 변동성을 이겨내는 유일한 도구는 확인된 실적 데이터임을 다시 한번 유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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