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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날이다" 흉기 은닉 후 아내 협박한 70대 살인예비 혐의 징역형

이겨례 기자
©연합뉴스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흉기를 구입하고 살해를 암시하는 협박을 가한 7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했으나 제삼자에게 남긴 살인 암시 발언과 가학적인 범죄 정황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실형 대신 보호 관찰과 치료를 명령하며 가족들의 선처 요청을 반영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동규 부장판사)는 살인예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과 10년간의 신상정보 등록을 명령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히 경고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부부 싸움을 넘어 구체적인 살해 준비 행위가 입증된 점에 주목하여 살인예비죄를 적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 살인 예비 혐의 인정과 1심 재판부의 판결 요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 자택에 머물던 70대 남성 A씨는 36년간 혼인 관계를 유지해 온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격렬한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내의 목을 밀치는 등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했으며, 아내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하자 현장에서 달아났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던 A씨는 도주 중 식칼 등 흉기와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벙거지 모자를 구입하며 범행을 구체화했다.

범행의 계획성은 그가 다시 자택에 침입한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A씨는 아내가 집을 비운 틈을 타 몰래 귀가한 뒤 구입한 흉기를 담요 밑에 숨겨두었다. 이후 아내에게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라는 내용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뒤 다시 집 밖으로 나가 아내가 귀가하기를 기다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협박을 인지한 아내의 추가 신고와 수색을 통해 현장에서 A씨를 체포하고 은닉된 흉기를 압수했다.

▲ 구체적 범행 전개 과정과 객관적 증거 관계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에게 실제 살해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숨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를 실제로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살인예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를 구입한 직후 이동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흉기를 산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기사에게 "죽일 사람이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또한 벙거지 모자를 구매할 당시 점원에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사실이 확인되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제삼자의 증언이 피고인의 주관적인 살해 의도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판단했다. 단순히 감정적인 위협을 넘어 타인의 생명을 해치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가 완료되었다고 본 것이다.

▲ 조건부 석방 중 발생한 2차 가해와 양형 가중 사유

A씨의 죄질을 가중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였다. A씨는 최초 체포 이후 구속되었으나, 36년을 함께 산 아내가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제출한 덕분에 조건부 석방되었다. 하지만 A씨는 신분상의 자유를 얻은 상태에서도 반성하기는커녕 자녀들에게 아내를 위협하는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송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과거 몰래 촬영해 두었던 아내의 나체 사진을 자녀들에게 전송하는 등 성폭력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는 가학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이는 피해자인 아내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를 범죄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재판부는 오랜 세월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야 할 배우자를 상대로 이처럼 비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 의처증 치료 명령과 재판부의 사회 복귀 조치

다만 법원은 피고인이 고령인 점과 가족들의 복합적인 요청을 판결에 반영했다. 피해자인 아내와 자녀들은 피고인의 범행에 고통받으면서도, A씨가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은 후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가족의 뜻을 수용하여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되, 재범 방지를 위한 강력한 부수 처분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아내에 대한 주거지 접근 금지 및 통신 기기를 이용한 연락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되는 '의처증' 증세에 대해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이는 형벌보다는 교정과 치료를 통해 잠재적인 강력 범죄를 차단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은 가정 내 의심에서 비롯된 폭력이 극단적인 살인 준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전문 치료의 병행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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