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실적 기대감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방향성 탐색 구간에 진입했다. 미·이란 간 휴전 종료 시점과 2차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뉴욕증시는 장기 상승세를 마감했으나, 국내 시장은 기관의 견조한 매수세와 반도체 주도주의 역대 최고가 경신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외 변동성 속에서도 견고한 하단 지지력을 확인한 시장은 이제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와 외교적 담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감과 글로벌 통화 정책의 향방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유가증권시장은 미·이란 간의 2차 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026년 4월 20일 마감한 뉴욕증시가 그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약세로 돌아선 점은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1992년 1월 이후 가장 긴 상승 기록이었던 13거래일 연속 랠리를 마감하며 시장의 과열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1% 하락하며 보합권에 머물렀고,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24%, 0.26% 내리며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미국과 이란 간의 물리적 충돌과 이에 따른 긴장 고조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따른 뉴욕증시 하락과 나스닥 랠리 중단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17포인트(0.44%) 오른 6,219.09로 장을 마치며 6,21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 역시 4.81포인트(0.41%) 상승한 1,174.85를 기록하며 7거래일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나타난 최장기 상승 기록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926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171억 원, 2,346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단을 제한했다.
▲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신고가 경신과 기관 중심의 수급 강화
종목별로는 반도체 섹터 내에서의 희비가 엇갈렸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는 3.37% 급등하며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특히 장중 117만 5,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0.69% 하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술주 전반에서도 혼조세가 나타났다. 뉴욕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애플은 각각 0.19%, 1.04% 상승했으나, 테슬라는 3.67% 급락하며 전기차 업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마이크론 역시 1.46% 하락했으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0.45% 강세로 마감하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휴전 종료 시점을 한국 시간 기준으로 23일 오전인 수요일 저녁으로 특정하며 기존 예상보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더 벌어두었다. 하지만 폭스뉴스를 비롯한 일부 외신에서 당장 합의가 임박했다는 엇갈린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을 협상 대표로 파키스탄에 급파하는 등 외교적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이란 측의 공식적인 참여 확답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MSCI 한국 증시 ETF가 1.46%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나, 코스피200 야간선물이 1.14% 상승하며 국내 시장 개장 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 미·이란 협상 시점의 혼선과 실적 시즌 기반의 시장 전망
향후 증시는 미·이란 간의 실질적인 협상 개시 여부와 결과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 등 시장 분석 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테크주의 약세 여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야간선물의 강세와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의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 기반의 주력 업종 간 순환매 장세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지정학적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핵심 주도주의 실적 가시성과 외국인·기관의 수급 유입 강도를 확인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는 글로벌 불확실성이라는 파고 속에서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을 나침반 삼아 방향성을 모색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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