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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피의자 대기실 사망 사인 ‘독극물 중독’ 판명

이겨례 기자
경찰서 피의자 대기실 사망 사인 ‘독극물 중독’ 판명
©연합뉴스

 

경찰 조사를 앞두고 피의자 대기실에서 숨진 20대 여성의 사인이 독극물 중독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체내와 소지품에서 치명적인 성분이 검출되면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 당국은 해당 물질의 입수 경로를 추적함과 동시에 체포 및 대기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 소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본격적인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기다리던 중 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한 피의자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한 피의자 A씨의 사인이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구두로 통보했다. 이번 발표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제기되었던 피의자의 약물 복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어서 향후 경찰의 관리 책임론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독극물 중독사 구두 통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 결과 A씨의 체내에서는 치명적인 독극물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그가 소지하고 있던 물품에서도 동일한 성분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에 따라 A씨가 복용한 물질이 청산염 계열의 독극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구체적인 성분 대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환자용 조제약을 복용했다는 피의자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로, 경찰서 내부에 치명적인 물질이 반입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오후 5시경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 연인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협박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었다. 이별 통보에 격분하여 발생한 이 사건은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의 연장선상에서 특수협박 혐의가 적용되었으며, A씨는 곧바로 인근 경찰서로 압송되었다. 체포 당시 A씨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으나 물리적인 저항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강조하며 수사관들의 경계심을 늦추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 특수협박 혐의 체포부터 약물 복용까지의 정황

경찰서 피의자 대기실에 도착한 A씨는 수갑을 찬 상태로 조사를 대기하던 중 자신의 가방에서 봉지에 담긴 약을 꺼내 복용했다. 당시 그는 경찰관들에게 "암 환자라서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경찰은 이 진술을 믿고 약물 복용을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약을 복용한 직후 A씨는 극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고,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병원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소지품 검사와 피의자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피의자를 체포하여 경찰서로 압송할 경우,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있는 물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약물의 경우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복용을 허가하기보다 의료진의 확인을 거치거나 보호자 확인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A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복용을 허용한 것은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 피의자 관리 체계 미흡 여부 및 내부 감찰 착수

현재 광주 동부경찰서와 상급 기관인 광주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 관리 과정 전반에 대한 정밀 감찰에 돌입했다. 감찰팀은 A씨가 체포된 시점부터 대기실에서 약을 먹기까지의 모든 CCTV 영상을 확보하여 분석 중이다. 특히 수갑을 차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가방 속의 약을 꺼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피의자의 행동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주시하고 있었는지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또한 경찰은 A씨가 복용한 독극물의 입수 경로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맹독성 물질인 청산염이 검출됨에 따라, A씨가 체포되기 전 이미 극단적인 선택을 준비했는지 혹은 외부로부터의 유입 경로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과 주변인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만약 A씨가 체포 전부터 해당 물질을 소지하고 있었다면, 경찰의 초기 신체 수색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실책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수사 기관 내에서의 피의자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엄격한 물품 관리 규정이 현장에서 얼마나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감찰 결과에 따라 책임자 문책은 물론, 피의자 대기실 내 약물 복용 가이드라인 재정립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경찰 공권력의 감시망 안에서 피의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유가족의 반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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