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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상무기 시장 본격 진출과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 재편

이겨례 기자
살상무기 시장 본격 진출과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 재편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전후 유지해온 살상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본격적인 방위산업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필리핀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주요 거점 국가를 대상으로 호위함 등 대형 전투 장비 매각 절차에 착수하며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안보 전선을 재구축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글로벌 방산 공급망 부족을 보완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방위 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 지침을 전격 개정하며 국제 무기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부상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과거 비전투 목적으로 엄격히 제한했던 무기 수출 규정을 폐지하고, 살상 능력을 갖춘 장비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데 있다. 이는 1945년 패전 이후 일본이 고수해온 '전수방위' 원칙과 평화 헌장 정신의 실질적인 변용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방위 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한층 심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 전후 평화 헌장 체제의 실질적 종언과 살상무기 수출 허용

수출 대상국은 현재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체결한 미국, 영국, 호주, 필리핀 등 17개국으로 설정되었으나,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국가를 포함하면 조만간 20개국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번 결정이 파트너국의 방위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일본의 국가 안전 보장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특히 필리핀은 일본의 새로운 방위 정책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국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떠올랐다. 필리핀 정부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던 아쿠부마형 호위함 도입에 강력한 의사를 표명하며 일본의 규제 완화를 즉각 환영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일본의 고품질 방위 물자 확보가 자국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의 전략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일본 입장에서도 필리핀에 대한 무기 공급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중국의 해양 확장을 저지하는 '방호벽'을 구축하는 의미를 갖는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하여 고위급 세일즈 외교를 펼칠 계획이며, 이는 일본 방위 산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필리핀 및 뉴질랜드 대상 호위함 세일즈와 대중국 견제 전선

뉴질랜드 역시 일본 방위 장비의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의 최신예 모가미형 호위함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모가미형 호위함은 이미 호주가 도입을 결정한 모델로, 뉴질랜드까지 이를 채택할 경우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일본제 장비를 중심으로 한 해상 안보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이 경제적 영향력을 넘어 안보의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일본의 살상무기 수출 허용이 미일 동맹의 억지력을 높이고 국제적 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해 동맹국들의 무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생산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방산 시장 진입은 미국의 생산 능력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 미국 방산 생산 능력 한계 보완과 글로벌 안보 공급망 재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방산 수출 본격화가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무기 수출 규제 완화를 군국주의로의 회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중일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는 방위 산업의 규모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정부는 향후 5년 내에 방위 장비 수출을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고, 민관 합동의 수출 지원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살상무기 수출 허용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신호탄이다. 필리핀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일본제 무기 체계가 지역 안보의 중심에 배치됨에 따라,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보다 능동적인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지형도 변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수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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