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공동대책위원회가 2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피해자의 75차례 명시적 거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저항 없음'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판결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현행 '최협의설'에 따른 사법 판단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결성한 '동의 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가 2026년 4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2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유사 강간 혐의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소원 제기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된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의 위헌성을 다투는 중대한 움직임이다.
▲ 성폭력 '최협의설' 헌법재판소 심판대 오르다
공동대책위원회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친구로부터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75차례 이상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폭력 범죄 성립 요건 중 강제성 판단에 있어 '항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강제성을 인정'하는 '최협의설'에 따른 판결로 분석된다. 단체들은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선고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성립 요건에서 '강제성'에 대한 해석은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최협의설'은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수준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을 경우에만 강제성을 인정하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이러한 해석은 피해자가 심리적 충격이나 공포, 혹은 가해자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간과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 표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됨으로써, 최협의설의 한계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의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 피해자 75회 거부에도 무죄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의 무죄 선고가 피해자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는 저항을 못 한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는 죄책감까지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행 사법 시스템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과 강제성 인정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저항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재판소원 제기는 피해자에게 남은 마지막 법적 구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국가가 외면한 피해자의 목소리에 응답해 청구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 등을 확인하고 회복시켜주시길 바란다"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향후 성폭력 관련 판례와 법 해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적 자기 결정권의 본질적 내용과 그 보호 범위에 대한 헌법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사법부 판단 논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히 한 사건의 판결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의 성폭력 인식과 법적 기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최협의설에 기반한 판결이 위헌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향후 성폭력 사건에서 강제성 판단 기준이 보다 피해자 중심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는 '동의 없는 성관계는 모두 성폭력'이라는 국제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하며, 성적 자기 결정권 보장을 위한 법적,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재판소원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 이상 사법 시스템의 이중적인 고통 속에서 홀로 싸우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연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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