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만취 승객, 대리기사 사망 사고 징역 30년 구형

이겨례 기자
만취 승객, 대리기사 사망 사고 징역 30년 구형
©연합뉴스

 

대전지방법원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차에 매단 채 운전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승객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며 '블랙아웃'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살인 행위가 소명되었다고 판단했다. 유가족 측은 피고인의 엄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 심리로 진행된 A(36)씨의 살인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일부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를 종합할 때 살인 행위가 충분히 소명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가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음에도 피고인이 기억 상실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검찰은 지적하며,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음주운전 중 대리기사 사망 사건 중형 구형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1시 30분경 대전 유성구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자신을 태우고 달리던 60대 대리기사 B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쳐낸 뒤, B씨가 차량에 매달린 상태에서 약 1분 40여초 동안 1.5㎞가량을 운전하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직전 A씨는 B씨가 과속방지턱을 조심히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분하여 B씨를 폭행하고 욕설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2%로 만취 상태였다. A씨는 차량을 급가속하거나 급격히 핸들을 꺾어 차량이 가드레일이나 연석 등에 잇달아 부딪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운전자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는 인정했으나,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사건 당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고통 속에 돌아가신 고인과 소중한 가족을 잃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셔야 하는 유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제가 저지른 죄의 무게는 평생 반성하며 짊어지고 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술은 사건의 중대성과 A씨의 법적 책임 회피 논란을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다.

▲ 피고인 살인 고의 부인 및 블랙아웃 주장

피고인 A씨의 '블랙아웃' 주장은 법정에서 살인의 고의 유무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피고인의 일부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통해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판단하며, A씨의 주장을 단순한 책임 회피로 보고 있다. 이는 음주 상태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사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유사 사건들에서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이 자주 제기되었으나,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 및 계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유가족 측 변호인은 재판에 출석하여 A씨에 대한 엄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 회피성 주장만을 하고 있어 그의 반성이나 사과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리운전 기사는 사회적 지위가 낮고 고객이 주취자인 경우가 많아 많은 폭력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변호인은 피해자 유가족과 밤늦게 귀갓길을 돕는 대리운전 기사들을 위해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한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 유가족 엄벌 촉구와 사회적 경고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만취 상태에서의 폭력 범죄와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대리운전 기사와 같은 취약 계층의 노동자들이 고객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법정 최고형 구형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재판부의 선고는 음주운전 및 주취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용의 한계를 설정하고, 유사 범죄 예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대리운전 기사 등 서비스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 논의에도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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