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화물연대, 원청 교섭 법적 절차 회피... 특수고용직 지위 불확실성 부각

이성경 기자
화물연대, 원청 교섭 법적 절차 회피... 특수고용직 지위 불확실성 부각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CU 물류센터 관련 원청인 BGF리테일 및 BGF로지스와의 교섭을 요구하면서도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판단을 구하지 않는다. 이는 특수고용노동자 지위의 불확실성과 장기화될 법적 절차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원청 교섭 혼선 해소를 위한 정부 중재와 명확한 기준 정비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사고 이후, 화물연대는 원청인 BGF리테일과 자회사 BGF로지스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화물연대가 노동위원회에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이후 하청·용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통해 사용자성 판단을 구해온 일반적인 흐름과 대비된다. 화물연대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지위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화물연대 노동위 판단 회피 배경

화물연대가 노동위원회 판단 절차를 회피하는 주된 배경에는 화물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명확히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있다는 법적 제약이 존재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노동위원회에 법률적 판단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각종 손해배상 청구와 계약 해지 등으로 노사 갈등이 이미 격화된 상황에서 법률 판단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노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이전부터 교섭 요구를 지속해왔음에도 사측의 손해배상 및 계약 해지 조치로 갈등이 심화되었으며, 사측은 지방노동위원회 판단 이후에도 이의제기나 소송 등 여러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노동자들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적 절차의 장기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노조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노란봉투법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인정하여 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화물연대의 사례는 법 적용의 난점과 현장 혼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남지역에서는 법률 판단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여 노동위원회 절차를 미루고 투쟁에 집중하는 노조도 일부 확인된다. 민주노총 일반노조 소속 창원시 위탁업체 노동자들도 창원시를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면서도 별도의 시정 신청은 내지 않았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의 취지 자체가 원청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인데, 지노위와 중노위 판단을 거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주시와 화성시가 별도 절차 없이 원청 교섭에 나선 사례를 들며 창원시도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노란봉투법 실효성 논란 및 지역 사례

이번 화물연대 사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원청 교섭 관행 정착에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사고는 노사 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며, 법적 해결보다는 현장 투쟁으로 이어지는 배경이 되었다. 2026년 4월 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집회 중 2.5톤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와 부딪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화물연대가 BGF리테일과 BGF로지스에 대한 원청 교섭 요구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21일에는 진주센터 일대에 임시 분향소가 마련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개별 노사 갈등을 넘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더 큰 사회적 논의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전문가 제언: 사용자성 기준 정비와 정부 역할

전문가들은 원청 교섭을 둘러싼 현재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노조가 최대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권리 행사를 하고, 정부 역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물연대 사태에서 법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력행사에 먼저 나서는 양상이 보인다며, 노조도 제도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부는 노조법에만 한정하지 않고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한 노란봉투법상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라는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만큼 이 기준부터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의 법적 공백과 불확실성이 노사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을 반영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법적 기준의 명확화는 향후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책임 범위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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