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 고조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급격한 재편을 알리는 주요 지표로, 주요 원유 수입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 변화를 반영한다. 미국 제재 면제 조치가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맞물려 주요 소비국들의 원유 수입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맞이한다.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이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렸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 불안정이 심화된 이후 나타난 현상으로, 에너지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인도의 다각적인 노력을 시사한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 압력 속에서 인도는 자국 내 연료 가격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글로벌 원유 시장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다.
▲ 지정학적 불안정
에너지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인도 정유사들은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평균 198만 배럴가량 수입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기 전인 올해 1월부터 2월까지의 하루 평균 수입량인 100만 배럴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케이플러 소속 분석가 니킬 두베이는 AFP 통신에 이러한 급증의 배경으로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미국의 한시적 제재 면제 조치를 지목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인도 기업에 30일 동안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구매를 허용하는 일반 면허를 발급했으며, 이 조치는 한 달 더 연장됐다. AFP 통신은 무역 분석가들을 인용하여 인도가 이달까지 넘겨받는 조건으로 러시아산 원유 6천만 배럴을 추가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다.
인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심화되자, 인도는 다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원유 수입도 늘리며 공급처 다각화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달 인도는 앙골라산 원유를 하루 평균 32만 7천 배럴 사들였는데, 이는 2월 수입량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달 기준으로 인도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27만 6천 배럴, 베네수엘라산 원유 선적량은 하루 평균 13만 7천 배럴을 기록한다.
▲ 인도 원유 수입 경로 변화 유도
인도 국영 정유사 관계자는 앙골라산 원유 수입량 증가가 러시아 외 다른 수입처를 계속 모색한 결과이며,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대부분 지역에서 원유 선적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러한 수입처 다각화가 유용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정성에 대한 인도의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에너지조사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라훌 차우다리 부사장은 인도 정유사들이 다음 달 중순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제재 면제 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도가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의 경제성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함을 보여준다.
인도 정유사들이 다양한 수입처에서 원유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전체 하루 평균 원유 수입량은 지난 2월 520만 배럴에서 지난달 450만 배럴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공급 감소가 다른 지역에서의 증량을 상회하며 발생한 현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인도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영 정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당장 연료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한다.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지난 4년 동안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올리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인도이며, 급격히 상승한 국제유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 미국 제재 면제 조치
인도의 이러한 에너지 정책은 국내 경제 안정과 국민 생활 보호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의 대규모 원유 구매는 글로벌 수급 균형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중동 정세가 지속적으로 불안정할 경우 원유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인도가 러시아 및 기타 비중동 산유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것은 전통적인 원유 공급망을 재편하고 새로운 무역 경로를 형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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