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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금융 접근성 위기: 유골 앞세운 30만 루피 인출 시도, 글로벌 관료주의 논쟁 촉발

이겨례 기자
인도 금융 접근성 위기: 유골 앞세운 30만 루피 인출 시도, 글로벌 관료주의 논쟁 촉발
©연합뉴스

 

인도에서 사망한 누나의 예금을 인출하려 유골을 들고 은행을 찾은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개발도상국 금융 시스템의 접근성 결함과 경직된 관료주의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전 세계 금융 포용성 논의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 케온자르 지역에서 한 남성이 사망한 누나의 유골을 들고 은행을 방문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지투 문다 씨(50)는 약 두 달 전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 카를라 문다 씨(56)의 은행 계좌에 있는 1만9천300루피(한화 약 30만원)를 인출하려 한다. 사망한 누나가 소를 판매하여 예금한 이 돈은 유일한 유산이다. 매형과 조카가 이미 사망하여 지투 씨는 누나의 유일한 상속자가 된다. 그는 은행이 요구하는 사망증명서나 유산승계 문서를 준비하기 어렵다. 학교 문턱을 넘어본 적 없는 부족민 출신으로, 복잡한 행정 절차와 서류 작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금융 소외 계층의 절규와 시스템의 벽

지투 씨는 수일 전 은행을 찾아 인출을 시도했으나, 은행 매니저는 계좌 소유주 본인이 오거나 공식 문서를 제시해야 한다며 거부한다. 이에 절망한 지투 씨는 마을 화장터를 찾아 누나의 무덤을 파헤쳐 유골을 수습한다. 다음 날 그는 폭염 속에서 유골을 등에 진 채 약 3킬로미터 떨어진 은행을 다시 찾는다. 은행에 도착하자마자 유골을 베란다에 놓은 채 직원에게 돈을 요구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은행 방문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고, 다른 이들은 은행의 무성의하고 관료주의적인 업무 처리에 분노를 표출한다. 이들은 은행이 동(洞) 협의회에 문의하거나 현장 조사를 통해 고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동 협의회장은 마을 사람들과 지방 정부 사이에서 중요한 중개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비판은 금융 기관이 단순히 규정 준수를 넘어 지역 사회의 특수성과 주민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는다.

▲ 인도 넘어선 개발도상국 관료주의의 그림자

이번 인도 사건은 비단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도상국 전반에서 금융 시스템의 접근성 부족과 경직된 관료주의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 중 약 17억 명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못한 금융 소외 계층에 속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류 미비, 신분 증명 어려움, 금융 교육 부족 등의 이유로 정식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농촌 지역 및 소수 민족 공동체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망자의 자산 상속 과정 또한 복잡한 법적 절차와 높은 비용으로 인해 금융 소외 계층에게는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은 불법 사금융 시장을 활성화시키거나, 이번 사례처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인도 정부가 디지털 신분증 시스템인 아드하르(Aadhaar)를 통해 금융 포용성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문맹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 글로벌 금융 포용성 정책의 재조명

이번 사건은 글로벌 금융 포용성 정책의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유엔(UN)과 같은 국제기구는 오랫동안 금융 접근성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단순한 계좌 개설을 넘어, 실제적인 금융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하고 인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 금융 시스템은 기술 혁신을 통해 신분 증명 절차를 간소화하고, 생체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하여 금융 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지역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마을 협의체와 같은 지역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금융 기관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망자 예금 인출 절차 간소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 기관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모든 계층이 공정하게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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