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디어 거인: 디즈니 방송 면허 조기 심사 | 정치적 발언의 규제 압박과 글로벌 파장

김영 기자
미디어 거인: 디즈니 방송 면허 조기 심사 | 정치적 발언의 규제 압박과 글로벌 파장
©연합뉴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즈니 소유의 ABC방송에 면허 갱신 신청서 조기 제출을 명령했다. 이는 유명 토크쇼 진행자의 정치 풍자 발언을 문제 삼은 이례적인 규제 압박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미디어 자유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 디즈니에 소유한 ABC방송의 면허 갱신 신청서를 조기에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ABC방송의 간판 토크쇼인 '지미 키멀 라이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풍자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FCC의 결정이 미디어 기업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FCC의 이번 지침은 당초 2028년 10월로 예정되었던 ABC방송 미국 내 8개 지국의 면허 갱신 시점을 2026년 5월 28일로 2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FCC는 이러한 조기 검토의 사유로 ABC방송의 "불법적 차별" 가능성에 대한 1년 전부터의 조사를 언급했다. 그러나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FCC가 지난 40년 넘게 방송 면허를 취소한 전례가 없으며, 설령 취소를 시도하더라도 행정 법원의 심리를 거쳐야 하는 복잡하고 긴 절차가 수반된다. 이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선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 FCC의 이례적 조치와 디즈니의 대응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4월 23일 방송된 '지미 키멀 라이브!'에서 진행자 지미 키멀이 당시 이틀 앞으로 다가온 백악관 기자단 만찬을 패러디하며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예비 과부(expectant widow)"라고 풍자한 발언이다. 공교롭게도 4월 25일 힐튼호텔에서 열린 만찬장 검색대에서 무장 괴한의 총기 발사 및 암살 시도가 발생하면서 트럼프 부부가 피격 위기를 넘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키멀의 발언이 "증오와 폭력을 조장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키멀의 해고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키멀은 자신의 발언이 80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56세인 멜라니아 여사의 나이 차이를 풍자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정치적 충돌은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조시 다마로에게도 상당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미 경영난에 직면해 있던 디즈니는 이번 FCC의 지침으로 인해 정치적 외풍까지 겹치는 상황에 놓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즈니의 주가가 이날 오후장에서 1% 가까이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총 11% 가량 내려간 상태라고 보도하며, 이러한 규제 리스크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친다고 분석했다. 디즈니 측은 FCC 지침을 받았음을 확인하며 "우리는 그간 FCC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신뢰성 있는 뉴스, 긴급 타전, 공익적 프로그램으로 지역 사회에 헌신해온 오랜 기록이 있다"고 밝히고 "적절한 법적 창구를 통해 이를 입증할 준비가 되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정치 풍자 논란의 본질과 미디어 지형 변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에도 미국 주요 매체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언론과의 대립각을 지속적으로 세워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비판적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하며, 이번 디즈니에 대한 FCC의 조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언론의 자유와 정부의 규제 권한 사이의 경계에 대한 논쟁은 미국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미디어 규제 기관이 특정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 거대 미디어 기업에 행정적 압박을 가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미디어 산업 전반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BBC는 이번 사건이 언론의 풍자와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고, 자율적인 콘텐츠 제작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미국 내의 규제 강화는 다른 국가의 미디어 정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 미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한계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정책과 글로벌 미디어 영향

향후 디즈니와 FCC 간의 공방은 법적 절차를 통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사법부가 언론의 자유와 정부 규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판단할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사건은 미디어 기업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정부의 미디어 통제 시도가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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