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국 해양수산부, 국제 해양 질서 핵심 주도…'원조 수혜국' 위상 넘어선 실리 외교

이성경 기자
한국 해양수산부, 국제 해양 질서 핵심 주도…'원조 수혜국' 위상 넘어선 실리 외교
©연합뉴스

 

한국 해양수산부가 국제사회에서 과거 원조 수혜국의 지위를 넘어 해양 질서의 주요 주도국이자 중재자로 부상하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 4명이 5개 지역수산관리기구의 의장 또는 부의장직을 맡는 등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며, 정부개발원조(ODA) 규모 또한 10년 새 10배 증가한 380억원에 달한다.

한국 해양수산부는 국제 해양 질서 형성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가 이익을 보호하고 글로벌 해양 협력을 선도하는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책 집행을 넘어 국제 규범 제정 단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능동적인 해양 외교 역량 강화로 평가된다.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이하며,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 중요성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하는 시점이다.

지난해 열린 제20차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총회에서 유럽연합이 모든 뱀장어 종을 부속서 Ⅱ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며 국내 장어 양식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뻔했다. 유럽산 뱀장어는 이미 까다로운 수출 요건이 적용되던 상황에서, 미국산과 아시아산 뱀장어까지 규제 대상에 오를 경우 국내 실뱀장어 수입 및 양식·유통 산업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신속하게 대응하며 업계 및 전문가들과 긴밀히 공조하고, 뱀장어를 양식에 활용하는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호국 확보에 나섰다. 특히 유럽연합이 '종 구별의 어려움'을 등재 이유로 들자, 현장에서 즉시 종을 판별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여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은 150여 개국이 참여한 논의와 투표 끝에 해당 제안이 최종 부결되는 결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는 육상과는 다른 독자적인 규율 체계를 가지며, 바다 생물, 해저 탐사, 선박 건조, 선원 노동 여건 등 광범위한 분야가 국제 규범의 대상이 된다. 식량농업기구(FAO),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노동기구(ILO) 등 유엔 전문기구와 지역 해양 기구를 통해 형성되는 이러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해양수산부 국제협력총괄과는 대한민국의 입장과 이익을 반영하는 국제 협력을 총괄한다.

우리나라의 국제 해양기구 내 위상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현재 해양수산부 공무원 4명이 5개 지역수산관리기구에서 의장 또는 부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과거 1970년대 부산 북항 자성대 부두 건설 시 해외 원조를 받던 '수혜국'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 양식업, 해기사 교육, 해양쓰레기 수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국가를 지원하는 '공여국'으로 확고히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최근 10년 사이 정부개발원조(ODA) 사업 규모는 약 10배 증가하여 올해 예산은 380억원 수준에 이른다.

비교적 최근까지 원조를 경험했던 한국의 이력은 국제 사회에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입장 조율에 강점으로 작용한다. 국제 사회는 합의를 기반으로 한 장기 논의가 일반적이므로 이러한 중재자 역할의 중요성이 크며,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조업 의심 선박에 대한 항만 서비스 이용 제한을 담은 국제협정(PSMA)이 수십 년 만에 타결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는 규칙이 정해지면 이를 준수하는 데 머물렀지만, 이제는 의제를 제시하고 국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개도국과 선진국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는 가교 구실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해양 질서의 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며,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유럽연합이 뱀장어 등재를 재추진하거나 개별 종 단위로 시도할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는 국내 수산업계에 다시금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동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외교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이제 바다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과 문제를 해양과학 기술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획량을 둘러싼 수산업계와 환경단체 간 갈등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평가하고 합의점을 모색하며, 해조류와 갯벌 등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기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국제 환경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강화한다. 또한 전 세계 해저에서 채취된 시료를 통합 관리하는 국제해저기구(ISA)의 시료 은행 유치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제규범 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국민의 삶과 산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하며, 미래 해양 주도국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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